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 첫 시행…시중은행 7조원 추가적립 압박

금융위,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수준 1% 상향
경기둔화·잠재부실 대비 손실흡수능력 강화

금융당국이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잠재적인 부실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위험가중자산의 1%를 완충자본으로 적립하게 될 경우, 4대 은행에서만 7조원이 넘는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정례회의를 열고 내년 5월부터 은행권의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수준을 1%로 상향하기로 의결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는 은행이 보유한 위험가중자산의 0~2.5% 범위에서 추가자본을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16년 국내 도입됐지만, 적립수준이 정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대 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 746조553억원이다. KB국민은행이 204조830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191조4074억원, 하나은행 182조4276억원, 우리은행 167조4895억원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단순 계산만으로 7조원 이상의 자금 부담이 추가로 발생하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평균은 지난해 말 16.87%에서 올해 1분기 17.83%로 개선됐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0.5%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BIS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18.53%로 직전 분기보다 1.07%포인트 개선됐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18.30%, 18.14%로 각각 0.53%포인트, 1.51%포인트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0.73%포인트 개선된 16.33%였다.

시중은행의 BIS비율 개선에도 금융당국이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수준을 높인 데에는 잠재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내외 거시경제 불확실성 및 금융부문 리스크 증대, 잠재손실 현실화 가능성 등에 대비해 선제적 자본확충을 통해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연체율은 0.28%로 직전 분기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하나은행은 0.03%포인트 증가한 0.23%, 국민은행은 0.04%포인트 상승한 0.20%를 기록했다.

이들 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악화해왔다. 올해 들어 금리상승 기조가 다소 완화됐지만, 경기둔화로 인해 차주의 상환 능력이 취약해졌다는 점은 문제다.

이에 더해 오는 9월 만기가 도래하는 코로나19 금융지원도 잠재 리스크로 여겨진다. 4대 은행과 NH농협을 포함한 5개 은행의 코로나19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 잔액은 38조원에 달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연체율 상승과 금융지원 조치 종료 등에 대비해 충당금을 착실히 쌓아오고 있다”며 “손실흡수능력 유지를 위한 추가적인 자본확충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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