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 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계속되는 설전에 협의 도출 난항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14년 만에 국회 문턱 넘어
의사단체 “손해율 낮추려는 숨은 의도 있을 것” 거센 비판
보험업계 “소비자 편리성 증대 등 강점이 더 클 것”

왼쪽부터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이찬진 변호사,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정형준 의사, 신상훈 금융위원회 보험과장. <사진=이지원 기자>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논의된 지 14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보험업계 내 해묵은 이슈였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하며 관련 과제도 일부 해소되는 듯했으나, 일각의 반대에 부딪혀 여전히 난항인 모양새다.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의 국회의사당에서는 보험업법 개정안과 관련한 논란에 대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 참여한 시민단체와 의사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보험사가 고객 편의 도모라는 대외적인 타이틀을 내세우고 손해율 개선을 위해 해당 법안을 추진하려는 것이라 주장했다. 아울러 종국에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앞서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을 심사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향후 정무위 전체 회의 및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의료기관과 보험사가 데이터를 연계해 전산으로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가입자가 직접 보험금 청부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전달하는 기존 방식 대비 청구 과정을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및 지급 체계에서 청구전산화 도입은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 회의 권고 이후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지만 그간 의료단체는 △환자 개인정보 유출 △행정업무 부담 가중 △비급여의 정부 통제 가능 △제증명 수수료발급 수익 보전방안 미흡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견을 지속 내세워 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의원장인 정형준 의사는 “그간 보험사는 편의성이 떨어져 누락되는 청구건수가 많다고 주장하면서도 매년 손해율을 부풀려 막대한 보험금인상을 추진해왔다”라며 “만약 보험사의 주장대로라면 보헙지급률이 올라가고 다시 보험금이 그만큼 더 올라가는 악순환을 스스로 주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도 “보험사들이 청구간소화를 통해 소액 미청구로 인한 낙전수입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며 “청구간소화로 환자진료정보 획득을 통해 지급 및 갱신 거절 등을 통해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숨은 의도 때문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청구되지 않는 실손보험금에 대해 가입자들에게 돌려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소액 실손 청구가 늘어나 낙전수입이 감소할 경우 보험사는 차기 보험료를 갱신할 것이므로 ‘조삼모사’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시민단체 역시 반발에 나섰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실손보험 간소화가 시작되면 보험사의 지급률은 올라갈 것”이라며 “중증 암 환자 치료비와 같이 고액에 해당하는 보험금 몇 건만 거절하면 오히려 보험사는 큰 이익을 보게 되는 구조가 될 게 명확한 만큼 환자들은 부정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손해율 증가에 따라 보험료가 다소 인상될 수는 있으나, 소비자 입장에서 편리함이 증대되는 강점이 더욱 크다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도입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하고 있는 상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청구 간소화가 되면 실손의료비의 손해율 증가가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보험금 청구가 그만큼 편리해져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보험금 청구부문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사가 환자와 관련한 데이터를 보유하게 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다수의 데이터가 쌓이게 될 경우 소액실손청구가 많아질 수는 있겠으나, 질병정보를 파헤쳐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에 가입된 중증질환 등의 지급을 줄이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신상훈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모든 환자의 의료 데이터가 전산을 통해 무조건 보험사에게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험 계약자가 실손 청구 목적으로 요청할 경우에만 전송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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