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D램 시장 지각변동”…SK하이닉스, 미 마이크론에 2위 추월당해

삼성전자, D램 매출 감소 불구 불변의 세계 1위
1분기 SK하이닉스 점유율, 3.7%p 줄어든 23.9%
마이크론은 28.2%…10여 년 만 SK와 순위 변동
판매 전략·中 사업 비중 차이 탓…‘일시적 현상’ 관측도
中 마이크론 제재 본격화…“SK, 2분기 제자리 찾을 것”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가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 D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온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한파를 버티지 못하고 10년 만에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역전을 허용했다.

2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매출은 96억6300만달러(약 12조8044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대비 21.2% 감소한 수치다. 이에 D램 매출은 3분기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트렌드포스는 “지속적인 반도체 공급 과잉 문제가 D램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이에 따른 글로벌 D램 매출 감소가 불가피했다”고 분석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 모두 D램 매출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은 지난해 4분기 55억4000만달러(약 7조3377억원) 대비 24.7% 감소한 41억7000만달러(약 5조5253억원)로 조사됐다.

큰 폭의 매출 하락에 비해 시장 점유율은 잘 지켜냈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43.2%로, 지난해 4분기 45.2%에 비해 2.0%p 떨어졌다. 그러나 세계 1위 자리는 굳건히 유지했다.

SK하이닉스의 매출 감소 폭은 삼성전자보다도 더 컸다.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D램 매출은 23억1200만달러(약 3조632억원)로, 지난해 4분기 33억8600만달러(약 4조4881억원)에 비해 무려 31.7%나 쪼그라들었다.

점유율도 대폭 축소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27.6%를 기록했으나 올 1분기엔 3.7%p 줄어든 23.9%로, 시장에서의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사진=마이크론테크놀로지>

반면 올 1분기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23.1% 대비 5.1%p 늘어난 28.2%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를 추월하고 전 세계 D램 시장 2위에 올랐다.

그러나 마이크론 역시 매출 감소를 피할 수는 없었다. 올 1분기 마이크론의 D램 매출은 27억2200만달러(약 3조6053억원)로, 지난해 4분기 28억2900만달러(약 3조7470억원)보다 3.8% 줄었다. 그러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비해 감소 폭이 매우 적었다.

결과적으로 SK하이닉스는 10여 년 만에 마이크론에 역전당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13년 9월 중국 우시공장 화재 사고에 따른 출하량 감소로 마이크론에 2013년 4분기 전 세계 D램 시장 2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이후 2014년 1분기 다시 2위를 탈환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까지 2위 자리를 유지해 왔다.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업체별 판매 전략이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 왔다고 분석한다. D램 가격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덜 파는 전략을 세운 반면, 마이크론은 기존 수준의 출하량을 유지하거나 더 늘렸다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사 모두 하락했으나 출하량은 마이크론 홀로 직전 분기 대비 증가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미·중 갈등 등으로 중국 내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중국 시장 비중이 큰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악영향을 받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각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중국 지역 매출은 지난해 4분기 대비 46.7%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무려 59.5%나 줄었다.

이와 달리, 중국 비중이 낮은 마이크론은 중국발 악재로부터 타격을 덜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를 앞질러 2위에 오르게 된 것은 SK하이닉스의 부진에 따른 결과물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일각에서는 이번 순위 변동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된 마이크론 반도체 사용을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마이크론의 매출이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인스퍼와 레노버 등 중국 최고 서버 기업들은 협력 업체들에게 마이크론 제품이 포함된 부품 출하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인스퍼와 레노보는 마이크론 제품의 최대 구매 업체 중 하나다.

앞서 중국은 지난 21일 마이크론 제품에 심각한 보안 문제가 있어 인터넷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중요한 정보기술(IT) 인프라 운영자에게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중국 내 마이크론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수익을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SK하이닉스는 4~5% 수준의 근소한 차로 글로벌 D램 시장에서 마이크론을 앞서 왔다”며 “비록 이번에 마이크론에 역전 당하긴 했지만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의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SK하이닉스는 다음 분기에 다시 2위로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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