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열풍, GPU 6개월 이상 기다려야”…삼성·SK 반도체 실적개선 늦춰지나

WSJ “챗GPT가 불붙인 AI 열풍에 GPU 확보 경쟁 치열”
GPU 수요 폭발, 공급난 심화…최신 챗GPT에 3만~5만개 필요
일론 머스크 “GPU, 마약보다 구하기 어려워”
“AI용 반도체 부족 사태, 내년까지 이어져” 암울한 전망
‘반도체 한파’ 속 삼성·SK, 실적 반등 지연 우려

미국 엔비디아. <사진=연합뉴스>

‘챗GPT’ 로 촉발된 AI(인공지능) 서비스 확산으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구글, MS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AI 서비스 개발경쟁에 착수하면서, AI 서비스에 필수로 탑재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난이 현실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AI용 반도체 공급난이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나타났던 ‘화장지 대란’ 때와 맞먹는 수준이 될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GPU 부족사태가 자칫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암울한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반도체를 납품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민도 점차 깊어지고 있다. GPU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실적 개선 시점 또한 불투명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챗GPT가 불붙인 생성형 AI 붐이 확산하면서, AI 학습에 필수적인 GPU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GPU는 AI 분야의 정보 처리에 주로 사용되는 핵심 장치다. AI 서비스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선 거대언어모델(LLM)을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도와줄 GPU가 반드시 필요하다. GPU를 활용하면 문장 생성 및 분석 등 생성형 AI 학습 등 여러 개의 연산을 병렬 방식으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이처럼 고도의 작업을 매우 빠르게 해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AI용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WSJ은 “챗GPT 열풍으로 AI 서비스 개발과 투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개발자들이 갈수록 더 복잡한 모델을 내놓고, 이를 작동하기 위한 서버 용량도 커지면서 GPU 수요가 공급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챗GPT 이전 버전에는 약 1만개의 GPU가 필요했다. 그러나 업데이트된 챗GPT 최신 버전에는 전보다 3~5배 많은 3만~5만개의 고급 GPU가 요구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GPU 부족사태가 확산되자,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한 행사에서 “현 시점에서 GPU는 마약보다 구하기 훨씬 어렵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비단 머스크 뿐만 아니다. 다수의 빅테크 기업 CEO들도 한 목소리로 AI용 반도체 부족에 대해 우려를 내놓고 있다.

AI 스타트업 라미니의 공동 창업자인 샤론 저우 CEO는 “GPU 공급난으로 반도체 업계에서 누구를 아는지가 중요해졌다”며 “GPU 부족이 코로나 팬데믹 초기 심화됐던 화장지 품귀 현상 같다”고 하소연했다.

샘 알트만 오픈AI CEO는 이달 16일 “GPU 병목 현상이 심각하다”며 “챗GPT를 쓰는 사람이 적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GPU 공급난 때문에 AI 서비스 개발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WSJ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를 인용해 “‘AI 혁명’은 인간이 불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며 “그러나 문제는 현재 불을 지필 ‘디지털 불쏘시개’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GPU 부족난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업체들의 AI 개발 및 처리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GPU 부족 사태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선불로 AI용 반도체를 확보해뒀다고 하더라도 몇 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최신 GPU를 구하기 위해선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서버 제조 업체인 슈퍼마이크로측은 “GPU를 장착한 시스템의 이월 주문이 사상 최고 수준이다”며 “서버 공급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AI용 반도체 부족 대란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SK의 수심도 깊어지고 있다.

AI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에는 GPU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또한 대거 탑재된다. 문제는 GPU 수급 차질로 빅테크 기업의 AI 서비스 개발이 늦춰지면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더디게 회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초 엔비디아발 GPU 수요 확대 전망은 ‘반도체 한파’로 실적이 급감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다.

실제 엔비디아가 지난 24일 발표한 2024 회계연도 2분기(5~7월) 매출 전망치는 110억달러(약 14조5827억원)로 추정됐다. 이는 엔비디아 분기 사상 최대 기록이다. 월가 추정치인 71억5000달러를 50% 이상 웃도는 수치다. 엔비디아가 이같은 매출 전망을 내놓은 것은 당분간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챗GPT를 필두로 한 AI 열풍은 삼성과 SK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실적 부진의 터널을 통과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평가도 이어졌다. 삼성·SK는 앞서 1분기에 저조한 실적을 거둔 바 있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적자는 4조5800억원,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3조402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K-반도체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GPU 공급난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소식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 악재가 되고 있다. 당장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반등할 시점도 미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빠른 시일 내 흑자로 전환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AI 수요 확대로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며 “삼성·SK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독보적인 만큼 고사양 메모리 출하량이 본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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