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된 증권사 ‘법인결제 허용’…한투·메리츠 등 대형사 수혜 집중될 듯

금융위 TF, 비은행권 법인결제 허용 구체적 방안 마련
법인고객 다수 보유한 대형증권사에 유리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의 오랜 숙원인 법인 지급결제에 허용 지침을 이르면 내달 중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실제화할 경우 대형증권사 중심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1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가동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를 꾸리고 이르면 이달 말께 구체적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 증권업계 법인 지급결제 요구에 은행권은 반발 

법인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앞으로는 개인고객 뿐만 아니라 법인고객들도 증권사 계좌를 통해 이체, 결제, 대금 납부 등의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법인 소속 직원들의 급여를 증권사 계좌로 송금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 법인들은 은행 계좌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만 증권사 계좌 결제업무를 할 수 있었다.

증권가에서는 오랫동안 법인 지급결제를 요구해 왔다. 은행에만 이를 허용하는 것은 특정 업권에 대한 특혜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주장이었다. 

지난 2007년 자본시장법이 제정되면서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는 이미 법적 근거를 얻은 상태다. 하지만 당시 은행권이 반발하면서 당국은 증권사의 지급결제 범위를 개인고객에만 허용하게 됐다.

이에 증권사들이 법인 지급결제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투입한 수천억대 비용은 실제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공중에 흩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올 들어 상황은 급물살을 탔다. 금융위가 은행 과점체제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증권사를 비롯한 비은행 금융사에 대한 법인 결제업무 허용을 내놓고 논의를 본격화한 것이다. 

◆ 중소형사·은행 계열사 증권사에는 메리트 적을 듯법인 영업 한계 탓

법인결제가 허용될 경우라도 실제 수혜를 보는 증권사는 한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기존에 영위하지 않았던 사업이니만큼 관련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일정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데, 법인결제 서비스 제공을 통해 기대되는 수익이 투자 금액보다 커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만약 법인 지급결제가 전면 허용된다고 해도 실제로 수혜를 받는 증권사는 대형사 위주일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중소형사의 경우 법인영업의 범위가 대형사에 비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법인결제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할 만한 실익이 부족하다.

한 중견 증권사 관계자는 “법인 지급결제 허용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대형사가 아니면 사실상 큰 메리트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미 은행 계열사가 있는 증권사들은 은행으로의 자동이체 수수료가 붙지 않는 만큼 법인 지급결제가 허용된다 해도 상대적으로 매력이 덜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법인 지급결제 허용에 따라 가장 큰 수혜를 보는 증권사들은 IB에 강점을 갖고 있는 대형 증권사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 1분기 기준 주요 증권사들의 IB 부문 수익(수수료 수익 기준)은 한국투자증권이 868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메리츠증권이 727억원, 삼성증권 437억원, KB증권 430억원, NH투자증권 405억원 순으로 집계돼 상위권은 대부분 자기자본 5조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로 나타났다.

한편, 금융당국이 증권사 법인결제 허용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해도 실제 적용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가능성도 높다.

이미 한국은행은 비은행권에 대한 법인 지급결제 허용에 대해 결제리스크 관리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급결제를 허용할 경우 은행의 대행 결제금액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반대의 뜻을 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관계 기관 간의 입장 조율에 시간이 추가적으로 소모될 가능성이 높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