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차세대 D램 ‘초격차’ 가속화…AI 시장 정조준

AI 사업 본격화…10나노급 5세대 D램 개발 속도
하이닉스, 인텔 호환성 검증 돌입…양산 초읽기
삼성, 이달 양산 시작…D램 라인업 지속 확대 예정

SK하이닉스 1b DDR5 서버용 64기가바이트 D램 모듈. <사진제공=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불황 속 차세대 D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인공지능(AI) 대중화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10나노급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기반 5세대(1b) D램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0일 현존 D램 중 가장 미세화된 10나노급 5세대(1b)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해당 기술이 적용된 서버용 DDR5를 인텔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인텔의 ‘데이터센터 메모리 인증 프로그램’ 검증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검증은 인텔의 서버용 플랫폼인 ‘제온 스케이러블 플랫폼’과의 호환성을 공식 인증하는 것으로, 검증이 끝나면 양산 준비를 완료하게 된다.

5세대 기술이 적용된 DDR5 제품이 인텔의 서버용 플랫폼 호환성 인증을 받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인텔은 현재 전 세계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텔과의 협력을 통해 서버용 D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에 제공된 DDR5은 동작속도가 6.4Gbps(초당 6.4기가비트)로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DDR5 중 가장 빠르다. 이는 DDR5 초창기 시제품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33% 향상된 수준이다. 10나노급 4세대(1a) DDR5 제품에 비해 전력 소모는 20% 이상 줄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b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고객들에게 높은 성능과 우수한 전성비를 두루 갖춘 D램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12나노급 16Gb DDR5 D램. <사진제공=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앞서 삼성전자는 최근 12나노급 공정으로 16Gb(기가 비트) DDR5 D램 양산을 시작했다. 12나노급 공정은 5세대 10나노급(1b) 공정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나노급 D램 개발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당시 AMD 플랫폼 기반 호환성 검증을 마쳤다. 이 제품은 기존 14나노 D램 대비 생산성이 약 20% 향상되고, 소비 전력은 약 23% 개선됐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의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고 동작 속도는 7.2Gbps를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유전율(K)이 높은 신소재를 적용해 전하를 저장하는 커패시터(Capacitor)의 용량을 늘렸다. D램의 커패시터 용량이 늘어나면 데이터 신호의 전위차가 커져 데이터 구분이 명확해지고 오류가 줄어든다. 이 밖에도 동작 전류 감소 기술과 노이즈 저감 기술 등을 통해 업계 최선단 공정을 완성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12나노급 D램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데이터센터·AI·차세대 컴퓨팅 등 다양한 응용처에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DDR5를 앞세워 성장 가능성이 높은 AI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현재 D램 시장 주력 제품은 DDR4에서 DDR5로 전환되고 있다. CPU 업체 1위인 인텔이 DDR5를 지원하는 차세대 CPU ‘사파이어래피즈’를 출시하면서, DDR5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AI 열풍으로 인한 데이터 서버 수요가 증가하면서 DDR5 시장은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스템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올 1분기 71억9000만달러(약 9조548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챗GPT 등 생성형 AI 기술의 필수품인 그래픽저장장치(GPU)의 90%를 공급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업그레이드하려는 엄청난 주문을 목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AI 서버 출하량이 120만대로 전년 대비 38.3% 증가할 것이라 추측했다. 이와 함께 전체 D램 시장에서 DDR5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2%에서 내년 27%, 2025년에는 4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DDR5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업황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진행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기준으로 전체 PC, 서버용 D램 수요 가운데 DDR5 채용 비중은 20% 초반 수준까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DDR5는 신제품으로 아직 재고 수준이 낮아 하반기에도 추가 수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제품 공급력 측면에서 서버의 경우 DDR4 대비 DDR5 크로스오버가 내년 2분기에 이뤄질 것”이라며 “올 하반기 크로스오버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시장을 리드할 준비가 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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