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중견‧중소 건설사들…줄도산 우려 확산

올 들어 등록된 종합건설사 폐업신고만 400건 육박  
부도난 종합건설사도 9곳…2019년 이후 가장 많아  
시공능력 75위 대우산업개발, 회생 절차 밟고 있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지속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브랜드 파워를 갖춘 대형사가 아닌 중견‧중소 업체들의 경우, 올해 들어 폐업신고가 급증하는 등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7일까지 등록된 종합공사업체 폐업신고는 총 399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인 198건과 비교하면 약 두 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

하도급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해 1월부터 이달 17일까지 전문건설업체의 폐업 신고는 전년(1701건) 대비 23.9%(408건) 가량 증가한 2109건으로 나타났다.

해당 시스템에 등록된 폐업 신고 공고에는 일부 업종만 폐업 신고를 하거나 업종 전환 등록 등에 따른 사례도 섞여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건설업체의 폐업신고 건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모양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부도난 종합건설사도 종합건설업체 5곳, 전문건설업체 4곳 등 총 9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이후로 가장 많은 수치다.

서울 중구 대우산업개발 서울사무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시공능력평가 75위의 대우산업개발은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대우산업개발은 지난 7일 서울회생법원이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회생계획안은 내년 1월 16일까지 받을 예정이다.

대우산업개발은 경영난 때문에 결제 대금을 연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오너 리스크까지 겹쳤다.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과 한재준 대우산업개발 전 대표이사는 1400억원대 분식회계와 800억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최근 구속기소 됐다. 회사는 지난해 영업손실 141억원, 단기순손실 307억원이 발생했다.

대우산업개발 외에도 대우조선해양건설(시공능력 83위), 에이치엔아이엔씨(133위), 대창기업(109위), 신일건설(113위) 등이 올해 회생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이처럼 폐업 수순을 밟는 업체들이 증가하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지방을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적체돼 있고 PF 시장 경색 등의 악재가 장기화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토부가 발표한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누계 주택 인허가 실적은 20만7278가구로 전년 동기(29만5855가구) 대비 29.9% 감소했다. 누계 주택 착공 물량도 10만229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22만3082가구) 대비 54.1% 급감했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신용평가는 ‘건설산업 2023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 보고서’에서 하반기에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저조한 분양여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신규 현장의 사업성 저하, 금융시장의 투자심리 악화 등으로 인해 건설사들의 PF 위험이 축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지훈 한신평 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의 PF 보증규모는 분양경기 저하에 따른 기존 우발채무 해소 지연과 추가적인 신용보강 제공 등으로 올해 들어서도 쉽게 줄어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PF 보증 중에서 상대적으로 위험수준이 높은 미착공사업장에 대한 금액이 여전히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잠재적 불안요소”라고 분석했다.

이어 “경기 호조기에 축적한 재무여력과 정부 및 계열의 자금조달 지원, 최근 일부 지역의 분양여건 개선 등이 건설사들의 등급 하향속도를 다소 완화하고 있으나, 산업 전반의 신용도 안정화로 이어지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라며 “주택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이 지연될 경우, 현재 주로 중견 이하 건설사들이 직면하고 있는 신용위험이 점차 상위 건설사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부는 오는 20~25일 사이 부동산 공급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공급 대책에는 부동산 PF 만기 연장 등을 통해 위축된 주택 공급금융을 지원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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