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재무·지배구조 안정화 성과를 바탕으로 4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재선임으로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그는 경영 연속성을 바탕으로 1년 더 SC제일은행을 이끌게 됐다.
1955년생인 박 행장은 경희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제일은행에 입행했다. 20여 년간 일선 영업점을 두루 경험한 뒤 영업본부장, 리테일금융총괄본부장 등 은행 영업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영업통이다. 2015년 1월 SC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에 임명됐고 2018년과 2021년 각각 은행장으로 재선임됐다.
금융당국의 금융사 수장 장기집권 반대에도 박 행장이 4연임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모기업 SC그룹이 SC제일은행의 지분 100%를 들고 있다는 외국계 은행 특성도 있지만, 박 행장이 성과주의 기조 아래 은행의 재무구조와 지배구조를 개선했다는 점이 더 크다는 평가다.
박 행장 선임 직전인 2014년 24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SC제일은행은 다음 해까지 적자를 이어갔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 행장은 과감한 조직개편으로 경영 효율화에 주력했고, 그 결과 2016년 SC제일은행을 흑자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재무 실적 개선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았다. 박 행장은 2018년 재임 이후 SC제일은행과 모기업 SC그룹의 브랜드를 조화시켰다. SC그룹 인수 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라는 생소한 명칭을 다시 ‘제일은행’으로 돌린 것도 박 행장의 설득이 뒷받침됐다.
브랜드 매칭은 사업 시너지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박 행장은 글로벌 자산관리(WM) 서비스를 접목해 소매금융 라인업을 넓혔다. 기업금융의 경우 SC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SC제일은행의 총자산은 2015년 56조4313억원에서 지난해 98조3926억원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연간 당기순이익은 -2858억원에서 3901억원으로 크게 개선됐다. 올해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2092억원을 기록했다.
SC제일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박 행장은 2015년 은행장으로 임명된 이래 2016년 흑자로 전환시키고 SC제일은행으로 은행명을 변경하는 등 한국 현지 사정에 맞는 적정한 전략을 통해 재무 실적을 꾸준하게 개선시켰다”고 재선임 사유를 밝혔다.
여기에 SC제일은행의 지배구조 개선도 박 행장의 재선임 배경으로 꼽힌다.
SC제일은행은 2021년 한국ESG기준원이 선정하는 우수기업에 2년 연속 단독 대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금융회사 최초로 ‘지배구조 명예기업’에 선정됐다. 다양성과 포용성(D&I) 전략을 수립해 국내 시중은행 중 여성 임원 및 관리자 비율이 가장 높은 은행으로 꼽힌다.
사회적 금융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2022년 은행별 경영현황 공개보고서’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새희망홀씨, 햇살론 등 사회책임금융에 497억원, 취약계층 및 지역사회 지원 등 사회공헌활동에 107억원을 투입했다.
박 행장의 새 임기는 2024년 1월 8일부터 1년이다. 최장수 현직 CEO 박 행장이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한 경영 여건에서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개선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금융권 관심이 집중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