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 내정자인 양종희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임시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면서 KB금융그룹의 새 시대가 열린다. 윤종규 회장이 그룹을 이끈 지 9년 만이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리딩금융 수장 자리에 오르는 그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금융권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최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양종희 내정자를 차기 회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주총에 앞서 금융권은 양종희 내정자의 회장 선임을 확실시했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라스 루이스가 주주들에게 안건 찬성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한국ESG기준원(KCGS)과 대신경제연구소가 양종희 내정자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권고했다.
KB금융의 최대주주(지분 8.74%)인 국민연금 역시 지난 15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를 열고 양종희 내정자의 회장 선임 안건에 찬성키로 했다. 수책위원 9명 중 반대 의사를 밝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같은 찬성 릴레이는 임시주총에서도 이어졌다. 참석 주주들은 양종희 내정자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별다른 반대 의사를 표하지 않았다. 해당 안건은 출석주식 수 대비 97.52%의 찬성률을 기록해 원안대로 통과됐다.
임시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양종희 내정자는 LIG손해보험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KB금융 부회장으로서 큰 경영 성과를 냈다”며 안건 통과에 찬성했다. 문원주 KB금융 우리사주조합장은 “KB금융 역사상 처음으로 평직원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양종희 내정자의 회장 임기는 오는 21일부터 3년이다. 이에 따라 취임 하루 전인 이날(20일) 예정된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 그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의 금융정책을 다루는 자리인 만큼, 새 회장이 참석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의견이다.
간담회에서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지주 회장들이 상생금융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 이후 은행을 향한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 수위는 나날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종희 내정자가 사실상 KB금융 수장으로 맞는 첫 공식 석상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KB금융이 은행 계열사뿐만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도 다른 지주보다 압도적인 성과를 낸 리딩금융인 만큼, 상생금융 방안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양종희 내정자 역시 최종 회장 후보자로 선정된 직후 ”KB금융이 그동안 기업 재무적 가치에서 1등 그룹이었는데 앞으로는 사회적 책임, 사회적 가치 창출 측면에서도 모범이 되겠다“며 “시장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금융산업의 스탠다드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상생금융이 외부 과제라면 그룹 안정은 양종희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내부 과제라고 볼 수 있다. 현재 KB금융의 11개 계열사 중 9곳이 올해 말 CEO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황수남 KB캐피탈 대표 △서남종 KB부동산신탁 대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다.
통상 회장 취임 후 계열사 CEO를 물갈이했던 금융권 관행대로라면 연말 인사로 상당수의 CEO가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KB금융의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인 ‘3인 부회장’ 체제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다만 양종희 내정자가 윤종규 현 회장의 ‘복심’으로 꼽히기에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양종희 내정자는 임시주총 인사말을 통해 “국내 최고 리딩 금융그룹인 KB금융그룹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해주셔서 감사하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사회와 윤종규 회장께서 추진해온 중장기 자본관리 방향과 주주환원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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