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경영쇄신을 위해 합류한 김정호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내부 실태를 폭로하면서, ‘카카오 카르텔’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체계 없는 의사결정과 임원진들의 방만한 경영 행태 등이 대내외적으로 고스란히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 그룹 전체가 병들어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어서, 김범수 창업자의 인사폭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정호 총괄은 지난 9월 카카오에 합류한 이후, 현재 사회적기업 베어베터 대표, 김범수 창업자가 설립한 재단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 사내위원 등을 겸임하고 있다.
김 총괄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에서 카카오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폭로했다. 그는 △경영진 혹은 측근에 편중된 보상 △불투명한 업무 프로세스 △견제 없는 특정 부서의 독주 △불신과 냉소가 만연한 사내 문화 △휴양시설·보육시설 부족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대외협력비 문제 △IDC·공연장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비리 제보 △장비의 헐값 매각 △제주도 본사 부지의 불투명한 활용 등 그룹내 전 사업영역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김 총괄은 대형 건설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의사결정 시스템 부재를 질타했다. 카카오는 제주 본사의 유휴부지에 ‘워케이션’ 수요가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1000억원을 투입해 워케이션 센터를 건설할 예정이었다. 김 총괄은 해당 건물이 회사에 도움이 안된다고 보고, 유휴부지에 ‘지역상생형 디지털 콘텐츠 제작센터’를 만들어 지역인재를 채용하고 장애인 예술단체가 공연할 수 있는 공간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후 콘텐츠 제작센터 건설 사업자 선정을 위한 회의를 열었는데, 회의에 참석한 한 임원이 결재나 합의도 없이 이미 건설업체가 정해져 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김 총괄과 10여분 동안 언쟁을 했고, 나머지 임원들은 침묵하고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총괄은 이에 분노해 “이건 다른 회사는 상상도 못하는 일 아닌가. 어떻게 700억~800억원이나 되는 공사를 담당 임원이 결재나 합의도 없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주장하는데 모두들 가만히 있는가. 내부 팀이 있는데 외부 업체를 추가 비용을 들여서 결재도 없이 쓰자는 게 말이 되냐”며 질타했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준공한 ‘데이터센터 안산’과 2025년 서울 도봉구에 준공 예정인 복합문화공간 ‘서울아레나’의 공사 업체 선정에 대한 비리 제보를 받고, 회사 차원에서 사실 관계 파악과 내부적인 전면 감사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그는 특정 인물에 편중된 보상과 고가의 골프회원권 보유 사실 등도 비판했다. “담당 직원이 30명도 안되는 관리부서 실장급이 더 경력이 많은 시스템이나 개발부서장 연봉의 2.5배나 되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20억원이 넘는 초고가 골프장 법인회원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목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는 망한다면 골프 때문일 거다’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100여 명의 대표이사들은 아예 골프회원권이 없었는데, 특정 부서만 한달에 12번씩 골프를 치고 있었다”면서 “골프회원권을 매각하기로 한 후 2달간은 주말 저녁에도 골프회원권의 필요성을 하소연하는 전화가 오는 등 전쟁 수준의 갈등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총괄은 내부 갈등 상황에서도 꿋꿋이 경영쇄신에 매진할 예정이다. 우선, 다음달 1일부터 법인카드를 모두 클린카드로 변경한다. 클린카드는 유흥주점 등 특정 업소에서의 결제가 차단된다.
또한 다음달부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평가 및 보상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 성과급의 가시성을 확보하고, 상후하박 구조를 개편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괄이 카카오 내부의 방만한 경영 실태를 폭로하면서, 업계에서는 이른바 ‘카카오 카르텔’을 도려내는 대규모 임원인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김범수 창업자가 그룹 전체의 인사와 감사를 위해 그를 기용한 만큼, C레벨급을 비롯해 주요 부서의 임원들에 대한 파격적인 인사가 예고되는 분위기다.
당장,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C레벨 임원은 홍은택 카카오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등이다.
다만, 그룹 내 인사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카카오 관계자도 “임원인사 일정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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