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 큰 폭 물갈이, 업계 ‘지각변동’ 일으킬까

미래에셋·메리츠·한국투자·키움·삼성증권 모두 신임 대표 체제로
KB·NH증권은 라임펀드 여파로 연임여부 불확실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 내정자 외 모두 1960년대 후반생

증권업계를 대표하던 ‘장수 CEO(최고경영자)’들이 대거 일선에서 물러나고 새 수장을 맞으면서, 내년도 증권업계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선임된 신임 CEO들의 연령대는 모두 50대 초중반으로 기존 50대 초반 이전 생 CEO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다. 이에 보수적인 증권업계에도 ‘새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반면 녹록치 않은 시장 환경이 내년까지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함에 따라, 당분간은 ‘위기관리’에 방점을 둔 경영이 주를 이룰 가능성도 적지 않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새 CEO를 선임한 주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등 5개사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금융위원회가 ‘라임 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와 박정림 KB증권 대표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들이 만약 불복하지 않고 징계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연임은 불가하다.

이에 사실상 대부분의 주요 증권사들이 새 수장을 맞음으로써, 업계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신임 대표들, 1960년대 후반생 포진…세대교체 신호탄

먼저 미래에셋증권은 박현주 회장이 강조해 온 ‘세대 교체’를 실천하기 위해 신임 대표로 김미섭 부회장을 선임했다. 기존 최현만‧이만열 대표는 고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메리츠증권은 증권업계 대표 장수 CEO였던 최희문 전 대표가 물러나고 장원재 대표가 새롭게 취임했다.

한국투자증권도 김성환 개인고객그룹장을 신임 대표로 임명하면서 정일문 대표가 물러나게 됐다. 올해 여러 악재를 겪은 키움증권은 구원투수로 엄주성 전략기획본부장을 선택했다. 또 삼성증권도 박종문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을 신임 대표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신임 CEO 및 내정자들의 연령대는 모두 60년대 후반생 이후에 주로 포진돼 있다.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와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내정자는 1968년생,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는 1967년생, 김성환 한국투자증권은 1969년생이다.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 내정자는 1965년생으로 타사 CEO 대비 비교적 고령이다.

전임자들이 1960년대 초반생에 집중됐던 점을 감안하면, ‘세대 교체’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체가 확정된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을 비롯해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박정림 KB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모두 올해 ‘환갑’을 맞은 1963년생이다.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대표(1961년생),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최희문 전 메리츠증권 대표(1964년생)도 환갑 전후다.

◆미래에셋 ‘글로벌’‧한투 ‘IB’…CEO 인선으로 보는 각사 주력 분야는

(왼쪽부터)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신임 대표 내정자,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내정자, 박종문 삼성증권 신임 대표 후보. <사진=각 사 제공>
(왼쪽부터)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신임 대표 내정자,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내정자, 박종문 삼성증권 신임 대표 후보. <사진=각 사 제공>

한편 신임 대표 및 내정자들의 이력을 통해 각 증권사가 주력하는 방향성을 내다볼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글로벌 시장 확대 진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미섭 대표는 초창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해 온 ‘글로벌 전문가’다. 실제 미래에셋은 이번 인사에서 인도법인장인 스와럽 모한티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파격 인사를 선보였다.

메리츠증권은 리스크관리 전문가를, 한국투자증권은 ‘IB 통’을 선택했다. 주력 분야였던 IB부문의 업황이 악화되면서 수익성도 함께 하락한데다 여러 대외적 악재가 겹친 메리츠증권은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IB 부문에 더욱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

키움증권 엄주성 내정자는 자기자본투자(PI)팀, 투자운용본부 등에서 경력을 쌓은 투자 전문가다. 앞서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주가 하락 사태로 김익래 전 다우키움 회장이 사퇴한데다, 전임자인 황현순 사장도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로 불명예 퇴진한 만큼 조직 분위기 쇄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창업 초기부터 키움증권에 몸담아 온 엄 내정자의 경우 PI투자로 키움증권을 현재의 반열에 올린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리테일 부문의 수익 의존도가 타사 대비 높은 키움증권이 수익 다각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삼성증권은 이례적으로 계열사인 삼성생명 출신의 박종문 사장을 후보로 선정했다. 아직 정식 선임 절차가 남아 있지만, 삼성 금융계열사 최고경영진 대부분이 교체된 점을 감안할 때 그룹 내 전반적인 쇄신을 추진하려는 의사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다만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당분간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경영 방침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내년은 올해보다 더욱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CEO 교체를 통해 신규 사업을 벌이기보다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주력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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