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이후 건설업계 부실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에게도 불똥이 튀는 모습이다. 건설업계 대출이 작년 초부터 꾸준히 늘어난 가운데 시중은행의 건설업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어 자산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예금취급기관의 건설업 대출금이 102조481억원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대출금이 100조원을 돌파한 건 통계를 공시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2021년 1분기 71조원 규모였던 건설업 대출금은 이듬해 85조원까지 늘다 올해 1분기 100조1299억원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대출금 증가와 함께 건설사 부실 위험도 커졌다는 점이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건설 경기가 상당히 위축되면서 사업을 정리한 건설사가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전국에서 총 512곳의 종합 공사 업체가 폐업했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500건 내외를 유지하던 폐업 신고 수는 2017년까지 239건으로 내려가며 차츰 안정세를 보이다 올해 들어 급격히 증가했다.
건설사 중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업체는 2022년 기준 929개로 전체의 41.6%를 차지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이면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지불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는 의미이다. 1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경영난이 심각해졌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전체 산업의 이자보생배율 1미만 업체 비중이 34.6%인 점을 감안하면 건설업계 부도 위기 가능성이 산업군 중에서도 특히 높다는 점을 방증한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원은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으며 건설원가 역시 높은 상태로 올해 건설업 부실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약 건설경기 반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이후 건설업체의 전반적인 부실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 줄도산 위기 불똥은 은행에게도 튀고 있다. 2019년 말부터 시작된 건설업 호황기에 관련 대출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의 건설업 대출금은 수십조원에 이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건설업종 대출금은 17조3004억원으로 지난해 말(15조2658억원)보다 13.2% 늘었다.
은행 입장에서는 건설업 부실 위험이 전가될 수 있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건설업종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어 건전성 악화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올해 3분기 기준 4대 은행의 건설업 연체율은 0.42%로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평균 연체율(0.29%) 대비 높은 수준이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의 연체율이 일제히 올랐는데 신한은행은 작년 3분기 0.47%에서 올 3분기 0.83%로 급격히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0.12%포인트, 0.2%포인트 증가한 0.29%, 0.37%를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금융용 증가 및 채무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부동산과 건설업뿐만 아니라 많은 업종에서 부실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대손충당금 적립 등 보수적인 충당금 정책 기조를 유지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해 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별적인 자산성장 기조 하에 신용평가모형 고도화를 통한 여신 변별력을 제고하고 선제적인 여신감리와 영업점 연체관리 등을 통해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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