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가 불 붙인 ‘환전 수수료 면제’ 경쟁…은행권으로 번져

토스뱅크, 은행권 최초 외화 수수료 면제 서비스 출시
일주일여만에 30만좌 돌파 돌풍에 은행권 외환 수수료 면제 경쟁 각축

토스뱅크가 외화 환전 수수료 무료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키자 은행권에서도 잇따라 환전 무료 서비스 경쟁에 나섰다. 당장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외환 점유율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고려된 결정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외화 환전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경쟁에 불을 붙인 건 토스뱅크다. 지난달 18일 토스뱅크는 금융권 최초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외환 서비스를 출시했다.

토스뱅크 외환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외화 매매 가격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외화를 구매할 때 가격이 판매할 때 가격보다 현저히 높아 수수료 우대를 위해 여러 금융사를 찾아 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했다. 토스뱅크의 수수료 면제 혜택에 따라 외화를 사고 팔 때 동일한 환율이 적용된다.

또 체크카드 하나만 있으면 해외 결제와 현금자동인출기(ATM) 출금할 때도 수수료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토스뱅크는 “공급자 중심의 편향된 환전 시스템이 고객의 불편을 만들었다고 판단해 누구나 아무 조건 없이 100% 우대 환율 서비스를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평생 무료 환전이라는 파격적인 서비스에 금융 소비자의 관심이 쏠렸다. 토스뱅크 외화통장 계좌 수는 출시 3주 만에 60만좌를 돌파했다. 외화통장과 체크카드를 연결한 고객은 50만명이 넘는다.

토스뱅크의 돌풍에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외화 수수료를 면제하는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4일 신한카드와 함께 ‘쏠(SOL) 트래블 체크카드’를 선뵀다. SOL 체크카드는 해외여행과 관련해 환전과 카드사용 및 재환전에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담았다.

기본 서비스는 전세계 30종 통화 100% 환율우대와 재환전할 경우 50% 환율 우대가 꼽힌다. 해외결제와 해외 ATM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도 면제한다.

또 환전 후 전용 외화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외화 가운데 미 달러와 유로에 대해 각각 연 2%, 1.5%의 특별금리도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30일 해외ATM 인출과 해외 가맹점 이용 수수료 면제 서비스를 담은 ‘트래블로그’ 카드를 은행 영업점에서 발급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동안 하나머니와 하나페이에서 발급가능했던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앞으로 하나은행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또 기존에 없던 자동환전 기능을 추가했고 핵심 기능만 담은 심플모드를 출시해 편의성을 높였다.

외환 관련 수수료 비중이 적지 않은 까닭에 이같은 출혈 경쟁이 장기적으로 비이자이익 감소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의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는 해외 이용금액 점유율이 40%에 육박했지만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면서 지난해 기준 외환수수료 이익은 전년 대비 8.4% 줄었다.

수수료이익 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경쟁에 나서는 건 장기적 관점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단 판단에서다. 현재 홍콩H지수를 연계한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중단으로 신탁 부문 수수료 수익이 축소될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외환 서비스 부문 외연 확대 필요성이 커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외환 수수료 면제 정책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외화 예수금을 예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다른 금융서비스로 연계하기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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