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조달비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카드업계의 ESG채권 발행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의 경우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어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운용하는데, ESG채권의 경우 다른 채권들에 비해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해 조달비용 부담에 시달리는 카드사의 새로운 조달처로 각광받고 있다. 또 ESG채권은 환경·에너지 투자 등 용처에 쓰여 사회공헌과 연결되는 만큼 기업이미지 제고에도 공헌하며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카드와 현대카드가 올해 들어서만 3000억원대의 ESG채권을 발행하며 자금 조달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카드사가 발행한 ESG채권 규모는 1조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 말까지 발행된 ESG채권 규모(1조1800억원)보다는 10.17% 감소한 수준이나, 지난 2022년 6월 말까지 발행된 ESG채권 규모(3700억원)보다는 186.49% 늘어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ESG채권 발행에 가장 속도를 낸 곳은 우리카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카드의 이날 기준 ESG채권 발행 규모는 3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카드사 중 가장 큰 규모다.
ESG채권은 발행 목적에 따라 △사회적채권 △녹색채권 △지속가능채권 등으로 분류된다. 우리카드는 올해 총 5개의 사회적채권을 발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우리카드의 경우 지난해에도 카드업계 중 가장 많은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당시 우리카드는 6월 말까지 11개의 사회적채권, 약 7200억원 가량의 ESG채권을 발행하며 영세·중소 카드 가맹점에 대한 카드결제대금 지급 주기 단축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금융 지원 등에 활용했다.
이에 대해 우리카드 관계자는 “우리카드는 우리금융그룹의 ESG 정책 일환에 발맞추고, 중소영세 가맹점 금융지원을 위해 사회적 채권을 지속적으로 발행하고 있다”며 “시장의 채권 매입 수요에 맞게 발행하다 보니 ESG 채권발행 규모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카드의 뒤를 이어 현대카드 역시 올 들어 3000억원대의 ESG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카드가 올 초부터 이날까지 발행한 ESG채권 규모는 총 3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는 올해 총 4개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현대카드의 경우 친환경 차량인 전기 및 수소차량에 대한 할부금융을 제공하기 위해 녹색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올해 채권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발행 시기가 앞당겨졌다”며 “ESG 채권 발행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친환경 차량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를 위해 더 나은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드업계의 ESG채권 발행 랠리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앞서 지난 2022년 카드업계의 연간 ESG채권 발행 규모는 1조5850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들어 2조3200만원 규모로 크게 늘었다.
이는 카드사의 주요 조달 수단인 카드채 등 여전채의 금리가 급등한 영향이다. 지난 2021년 1%대 수준에 머물렀던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는 2022년 한때 6%대까지 오르더니, 이달 5일 기준 3.701%(3년물, AA+ 기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과거 높은 금리로 발행했던 카드채의 물량 역시 다수 남아 있는 상황이다. 올 6월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카드채 물량은 18조6100억원 어치에 달한다. 해당 물량 중 절반 가량은 저금리 시절 발행한 카드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런 만큼 금리 인하기에 끌어다 쓴 카드채의 이자 역시 크게 오르며 카드사의 이자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 1분기 7개 전업 카드사 이자비용 총합은 1조91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9204억원) 대비 18.55%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자금 조달 채널을 다변화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ESG채권의 경우 일종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며 “ESG채권 발행 비용은 표면 금리보다 소폭 낮아지는 만큼 카드사들이 조달 비용을 큰 폭 절감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해 ESG채권 발행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ESG채권의 경우 투자자들의 수요가 높은 편이라 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며, 채권의 사용처가 한정돼 있지만 금리가 조금 더 낮은 것이 큰 장점”이라며 “이러한 점 때문에 카드사의 ESG채권 발행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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