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산업 및 혁신성장분야 지원, 금융시장 안정과 기업 경영정상화,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성 제고 등 정책금융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 같은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룬 가운데서도 수익성과 안정성까지 놓치지 않았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22년 6월 7일 취임 이후 적지 않은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하며 이같이 말했다.
강석훈 회장은 취임 후 풀어낸 현안들이 지난 2022년부터 2년간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 장기화, 내수와 수출 동반 부진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복합위기 속에서 이룬 성과라는 데 의미를 뒀다.
◆ 취임 2년…구조조정 기업 경영정상화·태영건설 워크아웃 추진 등 성과 이뤄
우선 강 회장은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로 매년 15조원 규모의 ‘초격차산업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을 손꼽았다.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디스플레이, 원전 등 국내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진행된 해당 사업은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을 적극 지원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는 게 강 회장의 설명이다. 산업은행은 이에 더해 3조원 규모의 AI분야 초격차 지원 프로그램 출시까지 준비하고 있다.
강 회장은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모험자본시장이 위축됐던 상황에서도 지난 2022년과 2023년 각각 27조4000억원, 32조원 규모의 투·융자 자금을 지원하는 등 혁신성장분야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늘려왔다.
또 지난 2022년 9월 레고랜드 발(發) 채권시장 불안 이후 ‘금융시장 안정화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해 채권시장 경색, 부동산 PF 부실 우려 등 시장 불안 요인에 적기 대응했던 점 역시 유의미한 성과 중 하나로 평가했다.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성과 역시 빼놓지 않았다. 강 회장은 신속한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및 쌍용차에 대한 신규 투자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냄으로써 구조조정기업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또 태영건설의 부실 징후를 선제적으로 감지하고 신속하고 질서있는 워크아웃을 추진해 부동산PF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면서 수분양자와 협력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녹색 전환 가속화에 대한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점 역시 강조했다.
강 회장 체제에서 산업은행은 정부의 주요 정책 아젠다인 ‘성공적인 지방시대’ 구현을 현장감 있게 지원하기 위해 작년 초 신설·확대된 동남권 영업조직을 통해 국내 최초로 지역특화 벤처플랫폼 브이런치(V:Launch)를 출범·운영하고, 지역 소재 혁신기업 투자를 위한 부산 미래 성장 벤처펀드 및 해양산업 앞 투·융자 지원을 위한 전용펀드도 조성했다.
아울러 국가 기후금융은행으로서 정부의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정책과 연계한 녹색금융 전용상품 라인업을 통해 녹색산업 분야에 자금공급을 늘렸고,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과 관련해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위한 9조원 규모의 ‘미래에너지 펀드’ 조성 주도 등 ‘지속가능한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했다.
정책금융 본연의 역할 수행에도 강 회장은 수익성과 안정성 관리를 놓치지 않았다. 흑자기조 유지 속 지난 한 해에만 2조5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한 것은 물론, 이에 따라 역대 최대 규모인 8781억원의 배당금을 정부에 지급했다. 이와 함께 한국전력의 거액 손실 등으로 연결 자본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선제적인 자본확충을 통해 안정적인 BIS비율을 유지하면서 정책금융 여력을 확보했다.
◆ 남은 임기 1년…부산 이전 및 첨단전략산업 지원 강화 중점 추진
이날 강석훈 회장은 남은 1년의 임기 동안 산업은행에 산적한 다양한 과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강 회장은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통 및 협의 등에 더욱 신경 쓰며 산업정책금융의 측면에서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각오로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강 회장이 가장 우선시 추진해야 할 주요 과제로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건이다.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은 남부권 경제와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고 남부권을 또 하나의 성장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정과제로 추진돼 왔다. 지난해 5월 이전대상공공기관으로 지정됐으나 최종적으로 산업은행법이 개정돼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강 회장은 “부산 이전은 포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국책과제로 추진하는 사항인 만큼 구체적인 방법론을 가지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국회에 금융위와 함께 부산 이전 필요성을 지속 설명한 데 이어 22대 국회 정무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정부와 함께 국회 설득을 지속해 나가겠다”며 “산은법 개정 전에라도 실질적인 이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울·경 중심의 남부권을 경제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우선 영·호남지역 혁신생태계 구축과 녹색금융을 총괄하는 ‘남부권투자금융본부’를 조속히 신설하고 본부 산하에 ‘호남권 투자금융센터’를 비롯해 지역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스케일업까지 지원하는 ‘지역기업종합지원센터’를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동시에 기존의 동남권 영업조직을 적극 활용해 신산업 전환과 사업재편에 애로를 겪고 있는 전통 주력산업 영위 기업들이 녹색·디지털 전환 및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그린·디지털 전환 및 사업 구조전환 등을 위한 전용상품, 미래에너지 펀드, KDB ESG컨설팅 플랫폼 등을 망라하는 ‘사업구조 체인지업 프로그램’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와 함께 10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 지원 강화를 위한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자금공급여력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산은법 개정을 통해 법정자본금 한도를 60조원 수준으로 증액하는 것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첨단전략산업 전반을 지원하기 위한 100조원 규모의 정책자금 투입과 함께 산은의 BIS비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10조원의 자본확충이 동반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은 법정자본금 한도는 10년째 30조원으로 묶여있다. 현재 자본금은 26조원으로 반도체 산업지원을 위한 증자 예정액과 올해 이미 예정된 증자금액 4000억원을 감안하면 한도는 2조원도 채 남아있지 않다.
이에 강 회장은 산은의 안정적인 재무구조 확보를 위해 산은법 개정을 통한 법정자본금 한도 증액과 함께 배당 유보, 현물 배당 등 다양한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정부 및 국회와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산은의 재무구조를 흔드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을 줄이고 매년 안정적으로 3조원 이상의 수익을 실현하는 건전한 재무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지속할 방침이다.
한편 강 회장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HMM 및 KDB생명 등의 매각 건과 관련해서는 재매각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강 회장은 HMM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과의 공동 매각 추진 과정에서의 결렬 이후 특별하게 재매각 건이 논의된 바 없다”며 “재매각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KDB생명과 관련해서는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만큼 매각 실패라는 단어보다는 매수하고자 하는 대상이 없었던 것으로 표현하고 싶다”며 “KDB생명의 가치 제고를 위해 더욱이 노력한 뒤 재매각 추진 등에 대한 최종적인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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