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강세를 보였던 정제마진이 2분기 들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정유업계 실적도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는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미래 수요가 예상되는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수익성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1분기 15달러까지 치솟았던 정제마진은 5월 5달러대로 급락했다 6월들어 소폭 반등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에서 원유 가격을 뺀 값으로 정유업계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업계에서는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5월 마지막 주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5.4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6월 들어 2주 연속 상승세를 지속, 6월 둘째 주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전 주 대비 0.8달러 오른 배럴당 7.5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1분기 평균 정제마진이 배럴당 12.5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5달러 가량 낮은 수치다.
정제 마진 약세의 배경으로는 석유 제품 수요 둔화가 꼽힌다. 2분기는 통상적으로 자동차, 항공기 등 이동 슈요가 늘어나는 드라이빙 시즌 등 계절적 성수기지만 올해 5월 미국 휘발유 및 등·경유 수요량은 전년 대비 각각 1.0%,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산업 활동 및 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하여 드라이빙 시즌 진입에도 불구하고 가솔린 정제마진은 오히려 하락, 디젤 및 등유 마진도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 호실적을 올린 국내 정유업계도 2분기 실적이 다소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분기 석유사업 부문에서 591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실적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2분기 SK이노베이션 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을 1725억원으로 추정했다.
에쓰오일 역시 정유부문 영업이익이 감소할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1분기 정유부문에서 영업이익 2504억원을 올린 바 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부터 정제마진이 하락세를 지속한 가운데, 부정적 래깅 효과로 에쓰오일 정유부문은 영업적자 1107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유업계는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항공산업 탄소 배출 규제 강화 등에 따라 SAF 수요가 꾸준히 증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관련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모습이다.
SAF는 석유 등 기존 화석 자원이 아닌 친환경 연료를 기반으로 생산한 항공유다. 기존 원유 기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80% 줄일 수 있어 탄소 감축을 위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연료 시스템을 활용해 사용할 수 있어 별도 항공기 개조가 불필요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국내 최초로 SAF 제품을 수출했다. 회사는 석유 기반 원료와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을 활용해 SAF를 생산한다.
HD현대오일뱅크가 생산한 일본 트레이딩 회사 마루베니에 SAF를 공급된 뒤 ANA항공(전일본공수)이 사용할 예정이다. 일본이 SAF를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에 따라 2030년까지 항공유 수요의 10%를 SAF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K-SAF(국산 지속가능항공유) 실현을 목표로 미생물 생산 기술 보유 스타트업인 유일바이오텍과 고려대학교와 ‘유글레나 기반 바이오항공유 연구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을 통해 국내 바이오항공유 산업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료부터 제품까지 전 과정에서 성과를 공유하겠다는 구상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이번 업무 협약 체결을 기점으로 지속가능항공유 생산, 물성 분석 및 성능 테스트 등의 지속적인 공동 연구개발을 유일바이오텍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하고 “전 세계적 탈탄소 흐름에 부응해 자원순환 구조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바이오 연료 및 자원순환 제품 보급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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