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비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예기치 않은 악재가 찾아왔다. 상장 한 달을 앞둔 기업이 예심 단계에서 탈락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 및 감시를 대폭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하반기 IPO 시장 침체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클라우딩 컴퓨터 기업 ‘이노그리드’의 상장예비심사 효력을 불인정하기로 의결했다.
상장 예정일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고 뒤늦게 상장예심 승인이 취소된 것이다.
거래소 측이 밝힌 사유는 상장예심 신청서 내 주요사항 누락이다. 최대주주 지위와 관한 분쟁 사항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고의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초유의 사태를 다시 겪은 시장에서는 또다시 신규 IPO 건 감소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파두’의 어닝 쇼크 사태에 이어 올해는 ‘시큐레터’가 상장 8개월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새내기 공모주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이다.
올 초만 해도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며 올해 IPO 시장은 전년 대비 활기를 띌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최근 IPO 시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업들의 주식 및 회사채 총발행액은 21조1783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4649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주식발행 규모는 2096억원에 그쳐 전월 대비 70% 넘게 급감했다. 이 중 IPO에 따른 주식 발행은 전월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4건에 불과하고, 규모도 85.8%이나 줄어든 4785억원에 그쳤다. 대부분의 신규 IPO가 중소형 건에 몰린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8일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4월 발행량에 포함됐다.
그나마 에이피알(2월 상장), HD현대마린솔루션(5월 상장) 등이 조 단위의 대어로 꼽혔으나, 앞으로도 IPO 시장에서 기업들이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지난 몇 년간처럼 ‘대어 가뭄’이 일어날 수도 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어급 기업들의 구체적 상장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일정이 확정된 기업 중 대어급인 곳은 3조원대의 게임사 ‘시프트업’으로, 모든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내달 중 코스피 상장이 가능하다.
이 밖의 주요 기업들은 아직 상장준비 초기 단계다. 몸값이 최대 5조원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이달 중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예정으로,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가치 7조원대까지 거론되는 LG CNS는 기업가치 실사 준비 단계로 알려졌다.
한편, IPO 단계에서 반복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상장주관사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상장사가 수익성이나 특이사항 등 상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 정보를 고의적으로 숨겨도, 주관사가 이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딱히 없다.
금감원은 올 3분기 내로 상장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부실 실사를 한 주관사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당국의 심사가 강화되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하나 주관사의 권한을 합리적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이라며 “권한은 딱히 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만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고 있어 아쉽다”고 전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 자체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물의를 일으킨 파두, 시큐레터, 이노그리드 모두 기술특례 제도로 상장했거나 준비 중이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현재 수익성이 적자거나 미미하더라도 기술성을 인정받으면 상장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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