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의 실적이 곤두박질 치며 위기에 몰린 가운데, 지난 3월부터 아이템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을 공개 한지 불과 100일도 안돼 이를 위반한 불법 사례들이 잇따르면서, 당초 ‘자율규제’를 내세웠던 게임업체들이 아직까지 유저들을 속이고 있다는 불신까지 더해 지면서 설상가상,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 시행 100일 동안(3월 22일~6월 28일) 1255건의 모니터링을 통해 266건의 위반 확인을 했다고 밝혔다. 게임위는 올 초 자율지원본부 내에 총 24명 규모의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 조직 ‘게임정보관리팀’을 꾸리고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 업무를 시작한 바 있다.
게임위)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 시행 100일 동안(3월 22일~6월 28일) 1255건의 모니터링을 통해 266건의 위반 확인을 했다고 밝혔다. <출처=게임물관리위원회>
지난 3월 22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을 서비스하는 게임사들은 해당 게임이나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구성 비율과 당첨률 등의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고, 광고를 위한 홍보물 등에도 확률형 아이템 포함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이에 맞춰, 각 게임사들은 자체적으로 확률 공개 페이지를 마련하고 규제에 따르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본격 시행되자마자 이와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임위 측은 “플랫폼·마켓·서비스별 인기 및 매출 순위 100위권을 기준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모니터링 완료 게임에 대해서도 업데이트가 진행될 경우 추적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 시행 이후 100일 간의 위반 사례 266건 중 확률 미표기 59%, 광고 내 확률형아이템 존재 유무 비표기 위반 29%, 표시 방법(소수점 위반, 표시상이) 위반이 12%”라며 “시정 요청이 전해진 게임물 중 해외 게임물 비중은 60%, 국내 게임물은 40%”라고 밝혔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5월 8일 서울 서대문구 게임물관리위원회 수도권사무소에서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와 함께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모니터링을 직접 구현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해외 게임사의 게임이 ‘확률’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이로 인해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철저히 지키는 국내 게임사들과의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국내법 적용이 어려운 해외사업자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에서 게임물의 국내 유통이 제한될 수 있다는 사실이 꾸준히 강조되고 있다.
만약 의무 위반이 적발되면 게임위가 1차로 시정요청을 하고, 그런데도 시정되지 않을 경우 문화체육관광부가 2·3차로 시정권고 및 시정명령을 내린다. 시정명령까지 불응할 경우 게임사는 고발되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대부분이 1차 시정요청 사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위 측은 “현재까지 ‘시정요청’ 다음 단계인 ‘시정권고’ 단계에 들어간 게임물은 총 5건이었으며 이들 게임물 모두 해외 게임물이었다”고 밝혔다. 게임사들은 특정 게임이 ‘확률 정보’를 오기재해 유저를 속였다는 인식이 소비자들로부터 게임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 관련 단속을 피하기 위해 규제 준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뮤 아크엔젤’, ‘나이트크로우’ 등이 확률 정보 공개 과정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출처=각 사>
실제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규제 위반으로 언급된 게임사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온라인’ ▲웹젠 ‘뮤 아크엔젤’ ▲위메이드 ‘나이트크로우’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으나, 위반 사항 확인 이후 시정조치를 완료했다. 다만, 게임 이용자들이 공정위 측에 ‘전자상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한 경우가 많아, 공정위가 이와 관련해 어떤 조치를 내릴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게임위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따라 1차적인 시정 요청을 담당하고, 이후 해당 조치를 따르지 않는 게임사에 대한 형사처벌 또는 유통 정지 처분을 한다. 다만, 이와 별개로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직권조사가 가능하며, 과징금 처분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게임위의 행정 조치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 관련 공개 정보를 수정했다고 하더라도, 게임사는 공정위의 과징금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박우성 게임위 팀장은 “게임위는 사업자가 정정한 확률이 현재 확률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공정위는 확률을 잘못 표시한 경우 정정 이전까지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에 대해 조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부 규제 강화 방침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 조작‧허위 기재 의혹’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서비스 중인 게임에서 관련 정황이 포착될 경우, 현장 조사를 통해 조사관을 보내 확률형 아이템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형태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크래프톤이 지난달 출시한 ‘배틀그라운드 뉴진스 협업 콘텐츠’의 확률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출처=크래프톤>
앞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는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에 대한 고지 의무가 없었던 시기에 발생했던 ‘큐브 사태’로 인해 현재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월 공정위는 넥슨코리아에 확률형 아이템 판매 관련 거짓·기만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4200만원을 부과했으며, 이로 인해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유저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정부의 규제가 더욱 강화되기 이전의 일로, ‘메이플스토리’ 사례를 통해 경각심을 심어주고자 다소 강도 높은 처벌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넥슨 이외에도 크래프톤이 지난달 12일 출시한 ‘배틀그라운드 뉴진스 협업 콘텐츠’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공개된 확률 정보에는 특정 시도 횟수까지 보상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다음 시도에서 100% 확률로 획득할 수 있다고 명시 했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서 최고급 꾸러미를 여러 개 구매해도 세트 도안을 얻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불만이 쏟아진 것이다. 이에 대해, 크래프톤 측은 인게임 내 일부 인터페이스에서 문구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인게임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수정한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예림 기자 / leeyerim@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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