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금 지급불능 사태가 불거지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서 해당 법안이 사전규제로 인해 국내 플랫폼 업계의 성장동력을 떨어뜨리고, 해외 플랫폼과의 역차별 문제 등으로 입법이 무산됐던 만큼, 과도한 제재라고 반발하고 있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독점규제 및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은 총 7건이다. 모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표 발의했다. 법안별로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모두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제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남근 민주당 의원 등 44명이 공동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법안은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온라인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대형 플랫폼 기업을 ‘시장지배적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미리 지정하고, 불공정 행위에 대한 입증 책임을 기업에 부과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법안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 쿠팡,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며, 이들은 자사 서비스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강제 등 불공정 행위와 독과점 남용 행위에 대해 규제를 받게 된다.
두 번째 법안은 플랫폼 기업과 입점 업체 간의 ‘갑을 관계’를 규제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 법안은 티메프와 같은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플랫폼 기업들을 규율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정산 시기 단축’과 ‘판매 대금의 별도 신탁 관리 의무’ 조항이 추가된다.
민주당은 이 두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입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철저한 원인규명을 비롯해 온라인플랫폼법 등 반드시 필요한 법안과 제도 개선 노력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티메프 사태로 정치권에서 플랫폼 기업들에 일괄적인 규제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온라인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사전규제와 함께 정부가 부담해야 할 입증 책임을 규제대상인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건 과도하다”며 “새로운 투자나 서비스를 추진할 때마다 법률적 리스크를 안아야 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소극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플랫폼 기업 관계자도 “개별 기업의 잘못을 계기로 모든 플랫폼을 일괄적으로 규제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며 “플랫폼 기업 마다의 특성을 고려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만 ‘핀셋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공룡 플랫폼들은 물론 최근 국내에서 급성장 중인 중국 커머스 플랫폼과의 역차별 문제가 심각하다고 꼽고 있다. 해외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데는 사실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에게만 족쇄를 채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AI(인공지능) 시대, 전 세계적으로 자국내 플랫폼을 보호하고 ‘데이터 주권’, ‘AI 주권’을 사수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국내 기업에만 족쇄를 채우려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업계의 우려를 인식한 듯, 플랫폼법을 다시 추진하는 대신 기존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4일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적용대상에 플랫폼 중개업자를 포함하고 판매대금 정산기한 준수 및 별도 관리 의무를 부여하겠다”며 “입점판매자와의 거래관계의 투명·공정성 제고를 위한 사항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업계·전문가·관계부처 등과의 의견수렴 및 협의를 거쳐 이달 중 마련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법 개정안이 마련되는 대로 조속히 국회에 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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