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지지부진…GM·기아·르노, 추석 전 타결 여부 주목

GM, 2차 잠정합의안 관련 노조 찬반투표 앞둬
기아, 임금 인상 더해 단체협약 두고 극한 대립
르노, 영업이익 감소 지속…임금 인상 어려워

지난 7월 25일 인천 부평구 한국GM 인천 부평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GM과 기아·르노코리아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국내 완성차 생산 차질이 현실화한 만큼 하루빨리 노사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사 중 현대자동차와 KG모빌리티는 앞서 올해 임금 협상을 무분규로 마무리했다. 반면 한국GM과 기아·르노코리아는 현재 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이다.

한국GM은 국내 완성차 5사 중 유일하게 올해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실제 파업에 나섰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7월 3일부터 약 두 달간에 걸친 부분파업을 실시했다. 이번 파업에 따른 생산 손실 대수는 4만대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GM이 연일 투쟁 강도를 높이던 노조와 지난달 30일 극적으로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점은 긍정적이다. 2차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일시금·성과급 155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임금 인상 폭의 경우 역대 최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노사는 오는 3일부터 4일까지 이틀간 이번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한국GM 노사가 지난 7월 23일 마련한 1차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가결 요건 50%를 넘지 못해 부결됐던 터라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만약 한국GM이 이번에도 노조의 벽을 넘지 못하면 생산 차질은 극심해질 전망이다. 특히 한국GM의 수출 견인차 역할을 하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의 생산 차질로 인한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한국GM이 올해 목표로 세운 연간 50만대 생산 달성도 어려울 수 있다. 한국GM의 지난 7월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52.6% 감소한 1만9885대에 그쳤다. 지난해 1월(1만8888대)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기아의 올해 임단협은 추석 전 타결이 사실상 불투명하다. 노사가 임금뿐 아니라 단체협약에서도 극심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맏형 격인 현대차가 역대 최대 수준의 인상 폭으로 올해 임금 협상을 마무리했고, 기아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현대차를 웃돈 만큼 노조는 더욱 높은 임금 인상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 사측은 기본급 11만2000원 인상, 성과금 400% 및 1280만원 지급 등을 포함한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추가 제시안을 요구한 상태다. 여기에 노조는 2022년 축소된 장기근속 퇴직자 복직 혜택을 복원하고, 국내외 공장의 정리해고·희망퇴직 등의 과정에서 ‘노사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을 ‘노사 협의’로 변경하려는 사측의 시도에도 반발하고 있다.

기아 노조는 이미 파업권을 확보했으며, 이번 주 이어지는 임단협 교섭에서 전향적인 안이 도출돼야 추석 전 타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4년 만의 신차인 ‘르노 그랑 콜레오스’를 출시하며 실적 회복을 노리고 있는 르노코리아 노사도 올해 임단협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영업이익 감소를 이유로 노조의 요구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국내 완성차 5사의 빠른 임단협 타결 없이는 생산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전체 생산량은 29만910대로 집계됐다. 월간 생산량이 30만대를 밑돈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며, 2022년 8월(28만4704대)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으로 수출이 지연되면 장기적으로 회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며 “추석 전 임단협 타결이 하반기 자동차 산업의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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