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안은 철회했지만,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지배구조 개편은 예정대로 추진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사업 확대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번엔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의 반대가 예상돼 ‘플랜B’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려는 이유는 원전 분야의 세계적인 호황으로 전례 없는 사업기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투자여력을 확보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경쟁력 우위를 입증한 덕분에 폴란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등의 신규 원전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선 향후 5년간 체코를 포함해 총 10기 내외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도 최근 인공지능(AI)을 위한 전력 수요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5년 간 연 4기 이상의 대형원전 제작 시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연 20기 규모의 SMR 제작 시설을 확충한다는 목표다.
회사는 이번 사업구조 개편이 이러한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에 좋은 방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분할합병을 마치게 되면 차입금 7000억원 감소 등을 통해 1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여력을 확보해 생산설비 증설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두산의 플랜B 역시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인적분할에 대한 기존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의 경우,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떼어내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동의가 필요하다”며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의 핵심 자회사였기 때문에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의 인적분할 반대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요구 조건도 맞춰야 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4일과 지난 26일에 두 차례나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인적분할로 탄생할 신설회사의 가치 책정 등이 도마 위에 오른 만큼 분할합병과 합병비율 모두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두산 측은 적극적인 주주 설득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는 지난달 주주서한을 통해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확보하는 재원 1조원을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할 경우 배당수익보다 훨씬 높은 투자수익율로 인해 더 많은 이익 창출이 가능하고 성장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금융당국의 정정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시장 의견 등을 수렴해 주주총회 등 추진 일정을 재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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