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의 최대주주 10명 중 6명은 오너 1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세대 및 3·4세대가 최대주주인 경우는 전체의 35% 수준에 그쳤다. 특히 2세대의 경우 10년 전에 비해 최대주주 비율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사모펀드가 최대주주로 있는 상장사도 큰 폭으로 늘었다. 국내 상장사 중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곳은 60여 곳으로, 10년 새 두배 넘게 증가했다.
25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대표 조원만)가 올해 8월 말 기준, 우선주, 스팩(M&A(인수합병)를 목적으로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 등을 제외한 국내 상장사 2597곳(코스피 822곳·코스닥 1654곳·코넥스 121곳)의 최대주주 유형을 조사한 결과, 1세대가 최대주주인 상장사는 1446곳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서 최대주주는 각 기업이 공시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중 1대주주를 기준으로 삼았다. 최대주주가 계열사인 경우 지배 기업의 최대주주로 분류했다. 동일 지배하에 최대주주가 변경된 경우는 별도로 분류하지 않았다.
2014년 말 기준 1세대의 최대주주 비중은 52.5%로, 과반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올해 8월엔 3.2%p(483곳) 확대된 55.7%를 기록했다. 창업이나 M&A, 그룹 계열사 신규 상장 등을 통해 상장사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오너 3·4세대가 최대주주에 오른 상장사도 크게 늘었다. 올해 3·4세대의 최대주주 비중은 10.0%(259곳)로, 지난 2014년 7.7%(142곳) 대비 2.3%p(117곳) 증가했다. 반면 올해 2세대가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장사는 올해 666곳으로, 2014년 말 562곳 대비 5.0%p(104곳) 줄었다. 설립된 지 오래된 주요 기업의 2세대가 별세하면서 3·4세대로의 승계가 이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사모펀드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인 상장사는 2014년 말 21곳에서 올 8월 58곳으로, 37곳이나 늘었다.
현재 사모펀드가 최대주주로 있는 주요 상장사는 한온시스템, 한샘, 롯데손해보험, 커넥트웨이브(옛 다나와), 하나투어, 락앤락, 남양유업, SK증권, STX 등이다.
차량 에어컨 시스템 등 열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온시스템은 2015년 6월 미국 자동차 부품 업체 비스테온의 자회사 VIHI로부터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운용 중인 특수목적회사(SPC) 한앤코오토홀딩스에 인수됐다. 한앤코오토홀딩스의 한온시스템 지분은 50.5%에 달한다.
다만 한온시스템은 연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소유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앤코오토홀딩스가 지난 5월 한국타이어와 함께 한온시스템 보통주 2억6956만9000주 중 1억3345만주를 매각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기 때문이다. 이는 약 25%에 달하는 지분 규모다.
한앤코오토홀딩스와 한국타이어는 연내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어서 한온시스템의 주인이 조만간 바뀔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토털 홈 인테리어 기업인 한샘도 지난 2022년 1월 창업주 조창걸 전 한샘 명예회장이 사모펀드 IMM PE가 설립한 SPC 하임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하임은 한샘 지분 18.95%를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롯데손해보험이 지난 2019년 10월 호텔롯데로부터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운용하는 빅튜라에 인수됐다. 빅튜라는 무려 77.04%에 달하는 롯데손해보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커넥트웨이브도 지난 2022년 3월 최대주주 지위가 창업주인 성장현 전 다나와 회장에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SPC인 한국이커머스홀딩스에 넘어 갔다. 최근 주식 포괄적 교환 등을 통해 잔여 주식을 매입한 MBK파트너스는 커넥트웨이브 지분 100%를 소유한 최대주주이자 완전 모회사가 됐다.
남양유업도 올 1월 한앤컴퍼니의 SPC 한앤코19호가 지분 52.63%를 소유하며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은 2021년 5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홍 전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한앤컴퍼니와 법정 다툼을 벌였고, 결국 법원은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줬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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