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이 자국 제조업을 키우기 위해 코로나 팬데믹이었던 2020년을 기점으로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의 보조금 정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는 간접 금융 지원 방식 위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스위스의 민간 무역 정책 연구기관 GTA 데이터를 통해 세계 각국이 발표한 제조업 보조금을 분석한 결과, 2015년 584억달러였던 보조금 규모는 지난해 5502억달러, 올해 9월 기준 5060억달러로,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팬데믹 전후 5년을 비교하면 코로나 이전 5년 간(2015~2019년) 5142억달러였던 보조금 규모는 이후 5년 간(2020년~2024년 9월) 1조9728억달러로, 약 3.8배 늘었다.
제조업 보조금을 세부 유형별로 나눠보면 지난 10년 간 ‘정부 대출’이 6365억달러(25.6%)로 가장 많았다. 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재정 보조금’은 5862억달러(23.6%)로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재정 보조금은 코로나 이후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20년~2024년 9월 기준 재정 보조금은 4995억달러(25.3%)로, 코로나 이전 5년에 비해 약 6배나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상위 5개 규모 보조금 유형 중 재정 보조금을 제외한 정부 대출, ‘무역 금융’ 등은 모두 감소했다.
실제로 주요국들은 재정 보조금을 크게 늘리고 있다. 미국의 재정 보조금은 코로나 이전인 2015~2019년 28억달러 수준에 불과했으나 이후인 2020년~2024년 9월에는 1048억달러로, 약 37배 증가했다. 지난 2022년 발표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과학법(CHIPS)’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도 코로나 전후 5년 동안 168억달러에서 828억달러로, 재정 보조금 규모를 5배가량 늘렸다.
또 △일본(4억달러→665억달러) △독일(5억달러→584억달러) △프랑스(0억달러→349억달러) 등도 코로나 전후로 재정 보조금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주요국들은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 산업 분야에 보조금을 집중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반도체 분야 재정 보조금은 2015~2019년 197억달러에서 2020년~2024년 9월 1332억달러로, 6배 이상 늘었다. 해당 재원은 자국 내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는 데 주로 활용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조금 정책은 간접 금융 지원 방식에 국한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의 지난 10년 간 상위 5개 제조업 보조금 유형을 살펴보면 무역 금융이 775억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정부 대출은 556억달러로 2위였고, △‘대출 보증’(131억달러) △‘수출 지원’(98억달러) △‘현물 지원’(77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우리나라도 첨단 산업에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실행하고 있지만,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게 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출 필요가 있다”며 “최근 출범한 국회 민생협의체에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 법안도 의제로 오른 만큼, 국가 전략 차원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이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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