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의 계리가정 적용 개선안을 올해 연말 결산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그동안 IFRS17은 ‘자의적 가정’, ‘고무줄 회계이익’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금융위원회는 IFRS17 계리가정 합리화를 계속 추구한 끝에, 상품 고유의 특성과 계약자 행동의 실질을 반영할 수 있는 해지율·손해율 산출 방법론을 정립했다고 7일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IFRS17은 결산 시점의 시장금리를 감안한 할인율과 손해율, 해지율 등 계리가정을 반영해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 계리가정은 개별 보험사가 경험통계·계약자 특성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추정한다.
이런 계리가정과 관련해 산출 방식의 적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보험사들이 자의적 가정을 사용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손익에 드러나지 않지만 미래로 위험이 이연될 수 있어서다.
게다가 누적된 위험으로 인해 미래 상황에 따라 건전성이 갑자기 저하될 우려까지 있다. 이 경우 보험사 부실, 장래 보험료 급증 등을 유발해 보험계약자에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금융위가 새로 정립한 해지율·손해율 산출 방법론은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단기납 종신보험 추가해지 상승 △손해율 연령군단 구분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과 관련해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모형 중 ‘로그-선형모형’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원칙 모형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사항은 향후 배포될 실무표준에 반영할 계획이다. 완납 후 최종 해지율은 해외통계를 고려해 0.8% 등을 적용할 계획이다.
무·저해지상품은 납입 기간에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이다. 이런 특성으로 해지율은 낮을 것으로 예상되나 경험통계 부재를 이유로 완납 직전까지 높은 해지를 가정하는 문제가 있었다.
또 금융위는 단기납 종신보험 추가해지 상승과 관련해 표준형 상품의 누적 유지율을 활용해 해지 수준을 역산하거나 30% 이상으로 추가해지를 설정할 예정이다.
30% 최소 기준은 방카채널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11차년도(비과세 요건 충족으로 환급률이 급증하는 시점) 해지율 산업통계의 최근 10년 평균이 29.4~30.2%인 점을 감안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기간이 5~7년 정도로 짧지만 10년 시점 보너스 등 부과로 환급률이 135% 정도로 높은 종신보험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은 이를 사실상 저축성 상품처럼 인식해 보너스 수령 시 해지할 유인이 큰데 이때 추가해지가 대량으로 발생하면 유동성 부담 및 당기손실 급증이 우려된다.
아울러 금융위는 보험사 보험 부채 산출 시 경험통계가 충분하고 연령 구분에 따른 통계적 유의성이 존재하는 담보에 대해서는 손해율을 연령 구분해 산출하도록 할 방침이다.
보험사 통계가 충분한 경우에는 경과 기간별·연령별 손해율을 직접 산출하도록 하고, 직접 산출이 어려운 경우에는 경과 기간별 연령 합산 손해율과 연령별 상대도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산출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다수 보험사가 보험 부채 산출 시 손해율 가정을 경과 기간·담보 별로만 구분하고 연령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연령에 따른 손해율 추세가 반영되지 않아 향후 보험 부채와 보험계약마진(CSM)이 부정확하게 산출될 소지가 있다.
이외 금융위는 보험 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과 관련해 최종 관찰 만기를 30년으로 확대하고 대신 이를 3년 간 단계적으로 적용해나갈 방침이다. 금리상황에 따른 시행여건 등도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보험부채 할인율의 경우 지난해 8월 발표된 ‘할인율 단계적 현실화 방안’에 따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당초 내년에 최종 관찰 만기의 확대가 현행 20년에서 30년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시장금리 하락으로 원래 예상했던 수준을 상회하는 재무영향이 발생해 속도 조절 필요성이 제기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발표된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은 올해 연말 결산부터 적용된다”면서 “다만 손해율 가정은 회사 내 결산 시스템 수정 등 물리적 한계가 있는 경우 내년 1분기까지 반영할 수 있다. 할인율 연착륙 방안은 내년 1월부터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무영향평가를 시행한 결과 국고채 10년물 금리 3.0% 기준 보험업권 신지급여력(K-ICS) 비율은 올해 6월 말 217.3% 대비 약 20%포인트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업권 전반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 개별 보험사에 대한 영향은 기존 경과조치에 포함해 수용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속 가능한 보험산업을 위해서는 보험회계에 대한 불신을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며 “이번 개선 조치를 통해 보험사가 계리가정을 합리적으로 산출하는 기틀을 마련하고 산업이 장기적인 시계에서 성숙하는 토대가 확립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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