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취임 첫 해부터 위기에 직면했다. 철강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연이은 화재로 안전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하며 단체 행동을 예고하고 있어 파업 위기감 역시 짙어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포스코노조)은 지난 25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72.25%의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앞서 노사는 지난 21일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회의를 진행했지만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기본급 8.3% 인상과 격려금 3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기본급 8만원 인상과 일시금 600만원 지금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당장 다음달 2일 오후 6시 포항제철소 본사 앞, 3일 오후 6시 광양제철소 1문 앞에서 각각 조합원 대상 파업 출정식을 열 계획이다. 만약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포스코 창립 56년 만의 첫 파업이 된다.
여기에 잇단 화재도 장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은 지난 10일과 24일 각각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10일 사고에 따른 여파를 완전히 수습하지 못한 채 시험 가동하던 중 24일 2차 사고가 나면서 생산차질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장 회장은 화재 현장을 찾아 안전상태를 점검하고 안전 및 설비·정비 전문가들로 구성된 ‘설비강건화TFT’를 발족시켰다. 또 현장을 비롯한 경영 환경이 안정화될 때까지 포스코홀딩스 임원들의 격주 4일제 근무를 주 5일제로 전환했다.
그는 “TFT를 통해 포항과 광양은 물론 해외 모든 제철소 현장을 점검해 설비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단기적인 안정화는 물론 중·장기적인 강건화 플랜을 수립하고 실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장 회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현재 철강 업황이 좋지 않은데다 온갖 대내외 리스크에 직면한 만큼 경영진의 발 빠른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실제 포스코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43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8% 감소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거세지자 올 들어 포항 1선재공장과 1제강공장의 가동을 중단했고, 중국 장쑤성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도 검토 중이다. 이곳은 지난해 중국 내 공급 과잉 등의 여파로 1억3000만달러(약 18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내년 전망도 어둡다. 미국 무역장벽 강화로 대미 수출 물량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데다 중국 저가 공세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자국 내에서 소화되지 못한 중국산 저가 제품이 각국으로 쏟아지면 포스코 등 국내 철강사들의 부담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9월 조강(쇳물) 생산량은 4764만톤으로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에서 수입된 철강재는 673만톤으로 전년 동기 기간(665만톤) 대비 1.2% 증가했다. 2년 전인 2022년(494만톤)과 비교하면 36%나 늘어난 수치다.
재계 관계자는 “장 회장이 철강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연이은 화재와 노사 갈등, 대내외 경영 환경까지 녹록치 않아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정리하고 안전 문제와 노사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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