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중 AI 칩 제재 ‘갈팡질팡’…‘HBM 수출 통제’, 삼성·SK 된서리 맞나

블룸버그 “바이든 행정부 대중 추가 제재 강도, 약화될 듯”
CXMT 등 규제 대상서 제외…무역 제한 등재 규모도 축소
정작 HBM 수출 통제 규제는 발표 임박…K-반도체 ‘불똥’

미·중 반도체 갈등. <그래픽=권솔 기자>

미국이 다소 완화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란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는 당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임기 만료 전에 더욱 강력한 제재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대중 AI(인공지능) 칩 제재의 일환으로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출제한 규제가 곧 발표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K-반도체에 대한 우려는오히려 커지고 있다. AI 열풍에 힘입어 반도체 업황이 점차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미 정부의 대중 제재가 본격화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마지막으로 내놓을 대중 제재의 수위가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및 AI 메모리 판매에 대한 추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주에 수출 통제 조치가 공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블룸버그는 “대신 대중 반도체 제재 강도는 예상과 달리 상당 수준 약화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당초 미국은 ‘무역 제한 목록(trade restriction list)’에 중국 반도체 굴기를 주도하고 있는 화웨이의 주요 공급 업체들을 등재하는 방안을 고려해 왔다.

최근엔 더욱 강력한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비보도 전해졌다. 이달 26일 로이터 통신은 미국 상공회의소가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인용해 “미 정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추가 규제에는 최대 200곳가량의 중국 반도체 기업이 ‘무역 제한 목록’에 등록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무역 제한 목록에 등재되면 미국 기업 대부분과의 거래가 차단된다. 해당 목록에 대거 이름을 올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사실상 네덜란드 ASML 등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들과 엔비디아 등 AI 칩 업체들로부터 어떠한 제품도 사들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수준이 낮아질 것이라는 블룸버그의 보도가 나오면서 업계 안팎에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정부는 현재 화웨이의 공급 업체들 중 일부만 무역 제한 목록 명단에 추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등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CXMT는 중국 1위 D램 기업으로, 중국산 AI 메모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AI 반도체를 사들이려는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서도 애초 최대 200곳가량이 아닌 100여 곳 정도만이 무역 제한 목록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가 한결 완화된 추가 제재를 내놓기로 한 데에는 일본과 네덜란드 등 동맹국의 반대와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강도 높은 로비가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의 강화가 반도체 산업 전반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며 추가 규제에 반대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수출 규제 강도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엔비디아 등 AI 칩 업체들은 당분간 첨단 반도체 수출 차단 위기를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상대적으로 사양이 낮은 GPU(그래픽처리장치) ‘A100’과 업그레이드 버전인 ‘H100’ 등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또 ASML 등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들도 매출 비중이 높은 중국 사업에서의 방해 요인을 덜게 됐다.

이같은 소식에 주요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들의 주가는 가파르게 치솟았다. 이날 뉴욕 증시에 따르면 ASML은 장중 한때 전거래일 대비 4% 이상 급등했다.

일본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인 고쿠사이일렉트릭은 일본 증시에서 장중 한때 12%가량 폭등했고, 또다른 업체 도쿄일렉트론과 스크린홀딩스는 각각 약 6% 뛰었다.

글로벌 AI 칩 업체들과 주요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들이 미국의 대중 제재에 따른 위협 요인을 털어내고 있는 것과 달리, 세계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K-반도체는 큰 타격을 입을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이 대중 AI 메모리 수출을 직접 규제하는 조치를 머지않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로이터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AI 칩 수출 통제 조치의 일환으로 중국으로의 HBM 선적을 제한하는 새 규제를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다.

적용 대상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만약 해당 제재가 본격화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은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대중 메모리 반도체 수출 규모는 올해 1월 약 20억달러에서 9월 약 25억달러(약 3조4980억원)로, 무려 25% 증가했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범용(레거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넓혀 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K-반도체의 대중 메모리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기술력 한계로 인해 고성능의 HBM을 삼성·SK로부터 대거 사들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K-반도체에 중요한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 대한 HBM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추가적인 대중 수출 통제는 AI 반도체 시장뿐만 아니라 HBM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 제재가 강도를 높이면 글로벌 HBM 시장의 성장세가 꺾일 수밖에 없고, 결국 K-반도체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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