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MBK 부회장 “장기 비전 소개하는 자리 만들 것”…고려아연 지배구조 개혁 선언

임시 주총 소집 공고 게시 후, 장기 비전 설명회 개최 예정
고려아연 경영진 유지…이사회 중심 집행 임원 제도 지원
주주 참여 확대·선전 거버넌스 도입 등 지배구조 개혁 선언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가치 회복 방안’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주주들에게 장기 비전을 소개하는 자리를 임시 주주 총회(주총) 전에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우려와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제련사업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이 시장과 소통되지 않았다는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총 30조원이 넘는 회사에 투자한다면 주주들에게 장기 비전을 설명하는 건 당연하다”며 “다만 임시 주총 공고가 나와야 기관들이나 주주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MBK는 임시 주총에 대한 소집공고를 신속하게 진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주주들이 의결권 행사를 위한 충분한 시간 제공하기 위해서다.

MBK 관계자는 “주주들의 의견 교환, 의결권 행사 방향 결정,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의 권리행사가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MBK·영풍은 임시 주총 소집 공고 절차를 기준일인 이달 20일 직후 신속하게 진행하라는 내용증명을 고려아연 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MBK는 임시 주총 전에 장기비전을 시장과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지난 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MBK파트너스 측이 장기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 원장은 “고려아연 같은 사업은 20년 이상 시간을 고려해야 하지만 사모펀드는 10년 기한으로 움직인다”며 “MBK파트너스는 정부는 물론 산업계와 투자자들에게 한국 제조 생태계의 중요한 산업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가 단기 차익의 시선으로 고려아연의 사업을 바라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MBK는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해 황산니켈 및 전구체 사업 이외에는 이행 수준이 매우 더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통상 기업들이 10년 후 미래 비전을 보고 신사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사모펀드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제련사업은 전문적인 분야인 만큼 전문적인 경영인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데, 현재 고려아연은 전문적인 경영진을 보유하고 있다”며 “뛰어난 경영진을 주요 주주(최윤범 회장)의 속박에서 해방시켜 더 전문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지난 20년 동안 투자하면서 단기적인 투자 자본인데 운영을 잘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매번 맞닥뜨린다”며 “여기에 대해서 한번 다시 되돌아보면 20년 뒤에도 잘 나갈 수 있는 회사가 되려면 오늘 현재 회사가 잘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 전략만큼, 기업 거버넌스(의사결정 구조)를 제대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MBK는 고려아연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선진 거버넌스 체제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이에 집행 임원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집행 임원 제도를 통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다.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집행 임원에 의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업무 집행이 가능해지고, 감독형 이사회가 보다 효과적인 업무 감독과 전략적 의사 결정을 맡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사회에는 MBK파트너스와 영풍그룹뿐만 아니라, 2대 주주인 최윤범 회장 측도 참여하도록 할 예정이다.

김 부회장은 “최씨 가문이 20%가량의 주주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며 “회사를 운영하며 20% 주주 도움 없이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이사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MBK는 투자심의위원회를 신설해 개인 친분 등의 본업과 무관한 투자 활동에 대한 감시과 견제 역할을 강화할 예정이다. 김 부회장은 “투지심의위원회가 자칫 회사 경영진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겠다”며 “다만 사업 계획에서 승인받은 계획과 달리 집행해야 한다면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본업과 관련이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MBK는 시장에서 지적한 NDA(비밀유지계약)를 위반했을 것이라는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 김 부회장은 “NDA 의무를 지는 곳은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이다”며 “그 의무를 지는 주체가 저희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영풍에 대한 행동주의의 제안 중 풋옵션 내용을 공개하라는 요청의 경우, 콜옵션 행사가격 등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유지계약·주가 영향 등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다만 김 부회장은 “그 저희가 합의하던 당시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한편 MBK는 고려아연의 자사주와 관련해 전량 소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이사회 구성원이 된다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12%가량을 전량 소각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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