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엑시노스 신화 새로 쓴다…차기 갤럭시Z 시리즈에 ‘엑시노스 2500’ 탑재 확정

내년 출시 예정 ‘갤Z 플립7’·‘갤Z 플립FE’ 등에 엑시노스 신제품 장착
삼성 파운드리, 3나노 공정 수율 안정화…“엑시노스 양산, 시간 문제”
‘AI 폰 핵심 두뇌’ 도약 기대감↑…삼성, 모바일 AP 시장 위상 높일까

올해 초 세계 최초의 AI(인공지능) 스마트폰인 ‘갤럭시S24’ 시리즈를 출시하며 ‘AI 폰 시대’를 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패권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은 선단 공정인 3nm(1nm는 10억분의 1m)를 기반으로 최신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2500’을 양산해 스마트폰의 AI 기능 최적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갤럭시Z 시리즈에 엑시노스 2500을 전격 탑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랜 기간 부진했던 삼성 모바일 AP 사업이 반등의 기틀을 다졌다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에서 엑시노스 신화를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 예정인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 플립7’, ‘갤럭시Z 플립FE’ 등에 엑시노스 2500을 탑재키로 확정했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모바일 AP다.

엑시노스가 갤럭시 폴더블폰에 장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갤Z 시리즈에는 퀄컴의 모바일 AP가 탑재됐다. 올 하반기 출시된 ‘갤럭시Z 플립6′의 경우에도 퀄컴 ’스냅드래곤 8 3세대‘가 적용됐었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신제품을 차기 갤럭시 폴더블폰에 내장키로 결정한 배경에는 삼성 모바일 AP의 성능을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앞서 삼성은 엑시노스의 치명적 결함으로 인해 진땀을 뺀 적 있다. 과거 엑시노스를 탑재했던 ‘갤럭시S22’가 발열, 성능 저하 논란 등에 휩싸이면서 큰 홍역을 앓았기 때문이다.

당시 갤S22에는 GOS(게임최적화서비스) 기능이 도입됐다. GOS는 고사양 게임 등을 구동할 때 모바일 AP에서 상당한 열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단말기 성능을 저하시키는 기능이다. 이런 와중에 삼성이 해당 기능을 갤S22 시리즈에 강제 적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용자 선택권을 박탈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고개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엑시노스의 위기로 인해 지난해 초 출시된 ‘갤럭시S23’ 시리즈에는 퀄컴의 모바일 AP ‘스냅드래곤 8 2세대’만 내장됐다.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갤럭시Z5’ 시리즈에도 퀄컴의 스냅드래곤 8 2세대가 전량 적용됐다. 엑시노스가 세계 모바일 AP 시장에서 퀄컴에 무참히 참패한 셈이다.

삼성전자 모바일 AP 엑시노스. <사진=삼성전자>

그러나 삼성전자는 AP 칩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심기일전한 삼성은 지난해 10월 AI 성능을 기존의 17배나 향상시킨 ‘엑시노스 2400’을 공개했다.

엑시노스 2400은 미국 반도체 기업 AMD의 최신 GPU(그래픽처리장치) ‘엑스플립스 940’을 탑재한 칩이다. 전작 대비 CPU(중앙처리장치) 성능이 1.7배 개선됐다.

특히 AI 성능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엑시노스 2400은 스마트폰에 적용될 문자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새로운 생성형 AI 기술도 구현한다.

이와 관련해 샘모바일은 “엑시노스 2400과 퀄컴의 스냅드래곤 8 3세대 간 성능 차이는 10% 이내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칩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삼성전자는 올 초 출시된 갤S24 일반 모델과 플러스 모델에 엑시노스 2400을 전격 장착했다.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엑시노스가 전 세계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갤S24의 빠른 AI 기능을 무리 없이 지원하면서 삼성은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에서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엑시노스의 화려한 복귀를 알린 삼성전자는 차기 엑시노스 양산에도 박차를 가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엑시노스 2500이다.

다만 엑시노스 신제품을 양산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의 3나노 공정 수율 문제로 모바일 AP 양산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저조한 수율뿐만 아니라 성능 측면에서도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에 크게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엑시노스 2500의 글로벌 시장 공략 계획은 좌초될 위기에 직면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초 내년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S25’ 시리즈에 엑시노스 2500이 장착될 것이라는 목표는 실현되지 못하고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그동안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갤S25 시리즈에 엑시노스 탑재를 목표로 엑시노스 2500을 설계해 왔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양산된 3나노 웨이퍼. <사진=삼성전자>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3나노 공정 수율을 안정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엑시노스 2500는 재기의 발판을 확보하게 됐다. 이어 갤Z 플립7, 갤Z 플립FE 등 폴더블폰 신제품에 탑재되는 것을 확정지으면서 전 세계 모바일 AP 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넓힐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 3나노 2세대 공정에서 업계 최초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적용하게 되면서 그동안 양산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이제 공정이 안정화된 만큼 엑시노스 신제품 양산 돌입은 시간 문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500은 퀄컴의 4세대 모바일 AP인 ‘스냅드래곤 8 엘리트’보다 우수한 성능을 갖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해외 유명 IT 팁스터 ‘판다플래시’는 “엑시노스 2500은 스냅드래곤 8 엘리트보다 전력 효율 등에서 우위를 보일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예상이 제기된 것은 3나노 공정에 기반을 둔 양사 모바일 AP가 서로 다른 파운드리에서 제조되기 때문이다. 실제 엑시노스는 삼성 파운드리가, 스냅드래곤은 대만 TSMC가 각각 양산한다.

눈여겨볼 점은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는 같은해 12월 3나노 생산에 돌입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 TSMC보다 반년 가량 앞선 것이다.

GAA 기술은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극복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이다. 반도체 칩에 전류가 충분히 흐르도록 설계해 전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 특징이다.

TSMC도 3nm 2세대 공정을 통해 스냅드래곤 8 4세대를 생산한다. 다만 GAA 기반의 삼성과 달리 기존 핀펫(FinFET) 기반 공정으로 퀄컴의 모바일 AP를 제조한다.

이에 삼성의 엑시노스 2500이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성능 면에서 크게 우세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퀄컴의 4세대 모바일 AP ‘스냅드래곤 8 엘리트’. <사진=퀄컴>

엑시노스 2500이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앞지르고, AI 폰 시대의 주력 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향후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은 6%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1분기 5% 대비 1%p 상승한 수치다. 이에 전 세계 5위에 랭크됐다.

지난 2분기 모바일 AP 시장 1~4위는 미디어텍(32%), 퀄컴(31%), 애플(13%), 유니SOC(13%) 등이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모바일 AP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선 AI 기술 기반의 모바일 AP 경쟁력을 더 끌어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도화된 엑시노스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모바일 업계의 한 한 관계자는 “첫 AI 폰을 내놓은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2400을 통해 모바일 AP 시장 공략의 신호탄을 쐈다”며 “이제 성능을 대폭 강화한 엑시노스 2500을 AI 폰의 필수 칩으로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엑시노스만의 차별화된 역량으로 퀄컴 스냅드래곤과의 격차를 줄이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져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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