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은행장 ‘쇄신’ 선택한 KB·하나·우리…신한은행은 ‘안정’에 무게

KB·하나, 비은행 계열사 대표 출신 후보 추천
우리, 영업통 부행장 차기 행장 선임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2년 임기로 재선임

국내 시중은행의 은행장 대다수가 교체됐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 안정적인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금융권의 예상을 비껴갔다. 이번 은행장 인사로 영업력 강화, 내부 쇄신 등 각 은행의 지향점도 확실히 드러났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하나은행장 후보 추천을 마지막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은행장 추천이 마무리됐다.

KB금융그룹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는 지난달 27일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를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내정했다. 후보 발표 직전까지 이재근 현 행장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예상을 깬 파격 인사다.

부행장이 아닌 KB금융 계열사 대표가 국민은행장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결정에는 신한은행과 이어지는 리딩뱅크 경쟁, 인도네시아 법인 KB뱅크 부실 등 굵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중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 대추위 측은 “조직의 안정 및 내실화를 지향함과 동시에 지주 은행 비은행 등 KB금융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며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경영진이 최대 계열사인 은행을 맡아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KB금융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그룹도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새 인물을 내정했다. 지난달 29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정진완 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조병규 현 행장이 임기 동안 적지 않은 재무적 성과를 냈지만,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이 발목을 잡았다. 금융당국의 압박까지 이어지며 조 행장은 조직 쇄신을 위해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정진완 후보는 1968년생으로 후보군 중 가장 젊다.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 등을 거쳐 현재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다. 이 같은 현장 경험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에 나선 우리은행에 맞는 인물이라는 평이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현직 주요 경영진으로서 경영 연속성 확보, 조직 쇄신을 위한 젊은 세대교체형 은행장 선임에 방점을 두고 은행장 후보군 중 적임자를 찾는 데 집중했다”며 “기업문화 혁신 등 조직 쇄신과 기업금융 중심 영업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2일 차기 하나은행장에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낙점했다. 이승열 현 하나은행장은 그룹의 안정적인 경영관리와 기업가치 제고에 전념하기 위해 은행장 후보를 고사하고 지주 부회장직에 전념할 예정이다.

이호성 후보 역시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꼽힌다. 하나은행 중앙영업그룹장, 영남영업그룹장 등을 거쳐 하나카드 사장 자리에 올랐다. 하나카드는 이호성 후보 임기 동안 해외여행 특화카드 ‘트래블로그’를 흥행시키며 관련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임추위는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영업 노하우를 갖춘 이호성 후보가 적임자”라며 “조직에 긍정 에너지를 확산시키면서 트래블로그 카드를 흥행시키는 등 영업력과 수익성을 끌어올린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재선임됐다. 신한금융그룹이 9개 자회사 CEO를 교체하는 고강도 인적 쇄신을 단행한 상황에서 정상혁 행장의 연임은 의미가 크다. 특히 정 행장은 통상 연임 기간을 1년으로 정하는 관례를 깨고 2년 재선임을 추천받았다.

정 행장은 견조한 자산 성장과 비이자이익 증대, 글로벌 성장 등 우수한 경영 성과를 시현했다는 평가다. 안정적인 건전성 관리와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다양한 혁신을 주도하며 조직을 쇄신했다는 점도 인정받았다.

이 같은 은행권의 수장 교체 배경에는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밑바탕 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강화 주문이 거세졌다는 점도 은행장 교체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내년 영업 환경이 올해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만큼,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 선임된 은행장들은 내부통제 강화에 주력하는 한편, 비이자이익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강화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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