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메기’가 몰려온다…中 BYD 전기차, 한국 진출 초읽기

BYD, 아토3 등 가성비 앞세운 전기차 출시 예정
BYD 이어 지커·샤오미·샤오펑 한국 상륙 앞둬
선진국 교두보 역할…EV 틈새시장 판단 가능성

지난해 11월 29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41회 태국 국제 모터 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BYD Sealion 7 EV 차량을 둘러보고 있다.<사진=로이터>
지난해 11월 29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41회 태국 국제 모터 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BYD Sealion 7 EV 차량을 둘러보고 있다.<사진=로이터>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BYD(비야디)의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BYD는 아토3를 시작으로 씰, 돌핀, 씨라이언7 등 가성비 전기차를 국내에 출시할 전망이다. BYD에 이어 지커, 샤오미, 샤오펑과 같은 중국 전기차 업체의 연이은 한국 상륙도 예상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BYD 준중형 전기 SUV ‘아토3’, 이르면 2월 출시

15일 BYD코리아에 따르면 오는 16일 BYD 승용 브랜드를 론칭하며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BYD코리아가 국내에 출시하는 첫 번째 전기차는 아토3가 유력하다. 아토3는 환경부 인증을 통과하면서 전기차 출시를 위한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효율 인증과 국토교통부 제원 통보 등 국내 인증 절차를 모두 마무리했다. 인증 절차가 진행 중인 씰, 돌핀, 씨라이언7 등 다른 BYD 모델보다 먼저 국내 출시를 확정 지었다.

아토3는 지난 13일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배출가스·소음 인증을 받았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상온에서 복합 기준 321km, 저온에서는 309km다. 향후 산업부의 환경친화적 자동차 신고와 한국환경공단의 보급평가를 거쳐 출시가 가능하다. 이 기간이 최대 1개월가량 걸리는 만큼 아토3의 출시 시점은 이르면 다음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토3는 차체 본체와 배터리가 통합된 ‘8-in-1’ 전기 파워트레인과 고효율 히트펌프 시스템을 탑재한 준중형 전기 SUV다. 유럽 WLTP 기준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 420km를 인정받았다. 한국에서의 인증 주행거리는 330km대로 알려졌다. 아토3의 국내 출시 가격은 3000만원 중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토3는 재활용률이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올해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규정에 따라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보다는 적은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2일 1회 충전 시 주행거리와 성능에 따라 지급액 차이를 더 확대한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자동차 업계는 BYD 전기차의 성공 관건은 가격 경쟁력이라고 분석한다. BYD의 가성비는 규모의 경제와 배터리 자체 생산 등 부품 내재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에 기반한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면 테슬라의 중국산 모델Y 수입 때와 비슷한 수준의 타격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테슬라는 2023년 9월부터 LFP 배터리를 장착해 가격을 약 2000만원 낮춘 중국산 모델Y 판매를 시작해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모델Y는 지난해 1만8717대가 판매돼 수입차 브랜드를 통틀어 최고 인기 모델에 등극했다.

테슬라 모델Y.<사진=테슬라 공식 홈페이지>
테슬라 모델Y.<사진=테슬라 공식 홈페이지>

◇과잉생산 밀어내기?…선진국 진출 교두보 해석도

BYD를 필두로 지커, 샤오미, 샤오펑 등 중국 전기차 업체가 한국에 눈길을 돌리는 이유로는 중국 내수 시장의 과잉생산 문제가 먼저 꼽힌다. 최근 석유화학, 철강 업계를 중심으로 대두돼 온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가 국내 자동차 시장으로 확대된 것이다. 중국 내 잉여 생산분을 싼값에 해외로 밀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중국의 신에너지차 시장 침투율은 2019년 4.7%에서 2023년 31.6%로 증가했지만, 캐파(CAPA·생산능력) 확대가 더 큰 폭으로 이뤄지면서 실제 가동률이 50%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가동률은 해당 산업의 생산능력과 실제 생산량을 바탕으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대부분 내부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중국 전기차 브랜드는 52개, 전기차 모델은 187개였고 지난달 중국 내 전기차 평균 판매 가격은 전월 대비 9.6% 하락한 22만5000위안(약 4455만원)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과 미국이 잇따라 중국산 전기차에 높은 무역장벽을 세우면서 한국이 중국 업체의 수출 선택지로 떠올랐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중국산 수입 전기차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최고 45.3%로 인상했고, 미국은 25%에서 100%로 대폭 올리기로 했다. 반면 수출 주도형 산업국인 한국은 대중 의존도를 고려하면 중국산 전기차 유입 억제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한국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선진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고 소비자 취향이 까다로운 한국 시장에 안착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한층 높인다는 시나리오다. 한국 시장이 선진국형 소비 동향을 파악하고 잠재 소비자를 발굴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를 맡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2023년 한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171만8000대로, 중국·북미·유럽을 제외하면 세계 4위 시장 규모다.

한국의 전기차 보급 속도가 느린 점도 중국 업체들로선 가격 경쟁력을 통해 파고들 만한 틈새시장으로 보일 수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차 등록 대수는 총 163만8506대로 이 중 전기차는 14만6883대(9%)에 그쳤다. 2023년 기준 세계 평균은 18%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박사는 “한국을 선진국 시장으로 가기 위한 교두보 내지는 시험 잣대로 활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자동차 수요가 다양하고 고급화돼 있기 때문에 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다면 미국이나 유럽을 공략할 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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