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취임 2년차 실적은 전년보다 개선됐다. 리테일 제왕이라는 평가와 다르게 그간 어려움을 겪어왔던 IB부문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며, 초대형 IB 도약을 향해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9180억원으로 8417억원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2116억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2448억원, 2분기 2321억원으로 3분기 연속으로 2000억 이상의 순익을 기록하며 1조 클럽 재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는 리테일 강호였던 키움증권이 엄주성 대표의 포트폴리오 수익 다각화 전략으로 IB부문 실적이 크게 증가하며 실적 개선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분기 키움증권의 IB부문 영업이익은 1320억원으로 425억원이었던 2023년 3분기 대비 210.6% 대폭 증가했다.
키움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통해 IB부문을 강화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평가 기준 강화에 증권사들은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실적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와중에 키움증권이 신용공여액을 늘리면서도 부동산 PF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은 다른 증권사들과는 다소 상반된 모습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3분기 ‘목동 옛 KT부지 개발사업’에 6100억원의 브릿지론을 단독 투자했다. 2분기에는 포스코이앤씨의 서울 신길동 5단지 지역주택조합사업과 롯데건설의 부천 상동 홈플러스개발 사업 PF 등에 대출약정을 체결했으며, 1분기에는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송도국 제화복합단지 개발사업(송도 자이 풍경채 그라노블) PF에 2500억원 규모로 참가했다.
이에 키움증권의 부동산 PF 대한 신용공여(매입보장, 매입확약) 규모는 1조4077억원으로 늘어났다. 2023년 말 기준 10위권에 머물던 신용공여 규모가 1분기 말 기준 4위까지 올라간 것이다. 지난해 3분기 구조화·PF 수수료 수익도 424억원으로 전년 동기(176억원) 대비 140.9% 증가했다.
부채자본시장(DCM) 부문 성장에도 힘쓰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해 1월 회사채 발행 예정인 BBB급 신용등급을 보유한 모든 기업의 회사채 발행 주관을 맡았다. 키움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은 신용등급 BBB급 기업은 한진, 두산, HL D&I 세 곳이다. 이는 IB부문 강화를 위해 우량·비우량사 구분하지 않고 대표 주관을 맡는 것으로 분석된다.
키움증권의 올해 1월 회사채 주관 발행금액은 4378억원이며, 이는 업계 6위 규모다.
다만, 기업공개(IPO) 실적만이 뒷걸음을 치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연초에 세 건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추진하며 올해 IPO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한 키움증권은 올해 초대형 IB로 도약에 나선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9월 말 신회계제도(IFRS17)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4조8222억원으로 초대형 IB 인가 신청 요건(자기자본 4조)을 충족했다.
초대형 IB 인가 신청 요건은 자기자본 4조원, 재무건전성 확보, 대주주 적격성, 내부 통제 시스템 마련 등이 있다. 키움증권은 2022년 말 자기자본 4조691원으로 초대형 IB 인가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2023년 차액결제거래(CFD)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등 위기를 겪으며 초대형 IB 인가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엄주성 대표는 현업, 리스크관리, 감사 부문 3중으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 리스크관리 태스크포스(TF)를 정식 팀으로 승격해 리테일비즈 분석 팀으로 확대 개편했고, 자회사 리스크와 내부통제 통합관리를 위한 그룹위험관리팀 신설을 통해 사태를 수습했다.
키움증권은 1월 1일자로 투자운용부문 산하에 종합금융팀을 신설했다. 해당 부서는 신규 사업을 강화해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준비할 예정이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벤처 DNA에 기반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전환으로 기술 선도력을 확보하고 주식 이외의 금융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행어음, 퇴직연금 등 향후 먹거리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엄주성 대표는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증권계에 발을 들였다. 2007년 키움증권 PI(자기자본투자) 초대 팀장 자리에 올라 투자운용본부를 14년간 이끌었다.
키움증권 이사회는 엄 대표를 추천할 당시 “다른 증권사와 키움증권에서 리테일 부문, IB 업무, 전략기획업무, 투자운용 업무 등 다양한 금융투자업무 분야에서 근무했다”며 “키움증권에서는 다년간 경영진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금융 비즈니스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전문성을 통해 훌륭한 성과를 이끌어 왔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팽정은 기자 / paeng@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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