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남인 김동환 사장이 최대주주인 물류회사 ‘제때’가 빙그레의 지원을 업고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제때는 물류 사업 초기 빙그레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88%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내부거래액이 1000억원을 넘는다.
제때는 빙그레의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김호연 회장 자녀의 승계 핵심 키로 지목되고 있다. 빙그레가 올해 5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김호연 회장 자녀들이 제때를 통해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자연스레 획득하기 때문이다.
빙그레와 제때의 내부거래액이 많다 보니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부당 내부거래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시작했다. 이 조사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0년 선일물류 합병 후 급속 성장…2001년 빙그레 내부거래 비중 88.1%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때 매출로 들어가는 빙그레와 제때의 내부거래액은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1009억원으로 전년동기(772억원) 대비 30.7% 증가했다. 2024년 3분기 누적 빙그레와 제때의 내부거래액은 2023년 연간 내부거래액(1005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제때는 빙그레의 지원으로 성장해왔다. 제때는 1989년 설립된 후 정보처리시스템의 판매 및 임대, 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판매사업 등을 영위해 왔다. 설립 후 1999년까지 매출액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매출액은 1999년 142억원, 2000년 118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다 2000년 12월 물류유통업을 하는 선일물류를 흡수합병하면서 회사가 급격히 커졌다. 2001년 매출액은 242억원으로 전년대비 2배 이상 커졌다. 2001년 기준 회사 전체 매출에서 빙그레가 올려준 매출액은 213억원으로 비중은 88.1%에 달했다.
이후 제때 매출액은 2009년 409억원으로 또다시 불었다. 이로부터 10년 뒤인 2019년 매출액은 2190억원으로 2009년 대비 5.4배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 이후에도 제때의 성장은 지속됐다. 코로나19 이후 제때 매출액은 △2020년 2262억원 △2021년 2292억원 △2022년 2847억원 △2023년 4017억원으로 증가했다.
◇빙그레의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제때 일감 더 늘어
제때가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인수가 꼽힌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의 지분 전량을 2020년 10월 1325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해태아이스크림도 제때에 물류업무를 맡기게 됐다. 해태아이스크림과 제때의 내부거래액은 △2021년 9992만원 △2022년 160억원 △2023년 185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제때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빙그레 외 고객사를 꾸준히 확보했고, 이에 따라 내부거래 비중은 2001년 88.1%에서 2023년 기준 25.0%(해태아이스크림 포함) 수준으로 줄었다. 제때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1월 기준 전국에 23개의 물류 거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40여개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다.
◇제때, 김 회장 자녀 지분율 100%…조사기간 10년간 매년 배당 실시
제때는 김 회장 자녀 지분율이 100%인 전형적인 오너일가 기업으로, 김호연 회장 자녀의 승계를 위한 핵심 회사로 꼽히고 있다. 김호연 회장은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장남인 김동환 사장과 장녀 김정화, 차남 김동만 등이다. 김동환 사장이 제때 지분 33.34%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김정화 씨와 김동만 씨가 나눠 보유하고 있다.
제때가 승계에 있어 중요한 기업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제때가 빙그레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때가 보유한 빙그레 지분율은 1.99%로, 주요주주인 김호연(36.75%), 김구재단(2.03%)의 뒤를 잇고 있다.
빙그레는 올해 5월 빙그레홀딩스(지주사), 빙그레(사업회사)로 분할하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 완료되면 김호연 자녀→제때→빙그레홀딩스→빙그레의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특히, 김 회장 자녀들은 제때로부터 매년 배당금도 수취하고 있다. 2023년 제때는 주당 현금배당 210원, 주식배당 90원을 결정했다. 2023년 기준 현금배당금과 주식배당금을 모두 합친 금액은 29억원이다. 최대주주인 김동환 사장은 약 9억5000만원을 수령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제때 배당금을 최근 10년 간 조사한 결과,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배당이 실시됐다.
◇ 공정위, 빙그레-제때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조사 진행 중
빙그레와 제때는 부당 내부거래를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해태아이스크림이 기존 부라보콘 과자와 종이 등 생산을 맡았던 협력업체 동산산업과 거래를 끊고 빙그레 물류 계열사 제때와 계약을 맺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이 조사는 지난해 하반기 시작됐는데,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사장은 1983년생으로,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UIC)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EY한영 회계법인에서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지난 2014년 빙그레에 입사했고, 구매부 과장과 부장 등을 거쳐 지난 2021년 1월 임원으로 승진했으며 2024년 3월 사장직에 올랐다.
김 사장은 2024년 3월 사장직에 오른 후 3개월 만인 지난해 6월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다 주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성준규 판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사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윤선 기자 / ysk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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