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美 IRA 폐기 수순?…현대차그룹, 대응책 있나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IRA 축소 또는 폐기 전망
HMGMA서 HEV 생산 병행…TMED-Ⅱ 적용 신차도
보편 관세 대비 철저…추가적인 신규 투자 나설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전임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를 선언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큰 후폭풍이 예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에 더해 전기차 판매 목표치 철회와 관련한 행정명령을 내린 것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 의지를 확실히 드러낸 대목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필두로 한 국내 완성차 업계는 향후 IRA 폐기와 관세 부과 등의 추가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IRA 폐기될까…트럼프 불공정한 보조금 폐지 검토 지시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사에서 “‘그린 뉴딜’을 종식하고 전기차 의무화를 철회한다. 자동차 산업을 구하고, 위대한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를 공식화했다. 전기차 의무화로 내연기관차 판매가 금지되면 자신의 지지 기반인 미국 내 자동차 제조업 분야의 2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가 설정했던 전기차 판매 목표치 철회와 환경 규제 축소로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의 첫발을 뗐다. 그는 취임식 직후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폐기하고,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제한하는 주(州) 정부 배출 규제를 적절할 경우 폐지해야 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로 미국 내 전기차 확산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중심의 시장 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차 의무화 철회 언급에 따라 IRA 폐기 여부에 관련된 업체들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인 IRA 폐기보다는 행정명령 등을 통해 IRA에 따른 혜택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IRA를 폐기하려면 상·하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IRA 폐기의 첫 번째 단계로 “개인, 민간 기업, 정부 단체의 전기차 구매를 사실상 의무화하는 불공정한 보조금 폐지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IRA에 따른 세액공제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또 모든 정부 부처에 전기차 충전소용 자금 등 IRA와 인프라법에 따른 자금 지출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번 폐기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자동차 산업에서 자국 주도권을 선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하이브리드차현지 생산·투자로 대응 전망

국내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의무화 폐지는 예상했던 부분으로, 추후 IRA 축소 또는 폐기가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중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지난해 말부터 가동한 터라 IRA 축소나 폐기 시 여파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HMGMA를 짓기 위해 126억달러(약 18조원)를 투자한 만큼 올해 하반기부터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병행하고, 연내 생산량을 연간 5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성능과 연비를 개선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Ⅱ’를 적용한 신차도 현지에서 다수 출시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3개 모델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건 아쉬운 부분이다. 미국 에너지부가 최근 공개한 올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을 보면 현대차의 아이오닉5·아이오닉9과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등 전기차 3개 모델이 제외됐다.

이달 초만 해도 이들 3개 모델과 기아의 EV6와 EV9 등 총 5개 전기차 모델이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 지금 대상에 이름을 올렸지만, 2개 모델로 축소된 것이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는 총 23개 모델이다. 여기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포함된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품에 대해 10~20% 수준의 보편적 관세 부과를 예고한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할 방침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산업 보호와 신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어 미국 내 단행한 대규모 투자와 제너럴모터스(GM) 등 현지 업체와의 협력 노력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메리 바라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들은 승용·상용 차량, 내연 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수소 기술의 공동 개발·생산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당시 정 회장은 “양사가 보유한 전문성과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효율성을 향상시켜 고객 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추가적인 신규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2022년 이후 현대차그룹의 대미 총투자액은 178억5000만달러(약 26조원)에 이른다.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대차그룹은 HMGMA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의 총 연간 생산량을 118만대까지 끌어올려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국 수출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만큼 관세 부과는 완성차는 물론 부품 업체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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