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요동치는 금리에 국내 금융자본도 출렁…보험업 ‘킥스’ 체제 비상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美 황금시대 시작”
미국 우선주의 정책, 국내 보험 업계 자본건전성에도 영향
올해 통화정책 전환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 높아질 우려

도널드 트럼프가 4년 만에 다시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오르며 지난 20일 ‘트럼프 세계 경제’ 2막을 열었다. 그의 미국 대통령 복귀가 우리나라 거시경제 환경에 향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비롯해 포괄적 감세, 고립주의 등이 포함된 ‘자국 우선주의 정책’ 강도와 시행 시기에 따라 양국 간 경제성장률, 물가, 금리 등의 탈동조화가 심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역 환경이 악화하면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둔화할 것이고, 이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기준금리 및 물가에 대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시장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더 낮은 수준에 머무를 수 있기에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 이하 킥스비율) 관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킥스비율은 새 보험회계 제도인 IFRS17 하에서 보험사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 보험사, 해 지나도 ‘자본 확충’ 총력…불안정한 킥스비율

국내 보험사들이 발행한 후순위채 총액은 작년 기준 7조555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신종자본증권 발행액까지 더하면 자본성증권 총액은 8조655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2023년 자본성증권 총액인 3조1540억원 대비 174.4% 폭증한 수치다. 이는 지난해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발행한 자본성증권 총액 4조7700억원보다 두 배가량 많은 규모다.

해가 바뀐 후에도 국내 보험사들은 여전히 증권 발행시장 앞을 서성이고 있다. 최근 동양생명은 이사회를 통해 700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한화손해보험은 10년 만기 5년 후 콜옵션을 조건으로 총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계획했으며 수요조사 후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내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에 집중하는 까닭은, 업계가 IFRS17 도입 후 처음으로 금리 하락 상황에 놓여서다. 금리가 떨어지면 공시이율과 예정이율이 모두 내려가 그 즉시 보험 가입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업계 특성상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장기 듀레이션(자금 회수 기간)으로 운용하다 보니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또 IFRS17이 부채 측정 시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삼고 금리 인하 상황을 시장에 즉각 반영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국내 보험사들은 작년 하반기에 금리 하락 방어에 애를 먹었다. 금리 하락으로 부채가 늘면서 가용자본이 약 1조5000억원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해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보험업계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전 분기보다 11조2000억원가량 줄었다. 일례로 삼성생명·화재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금리 하락과 삼성전자 주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2분기에서 3분기를 거치면서 8조원가량 줄었다. 이때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27%에서 2.99%로 인하됐다.

이로 인해 국내 보험사들의 킥스비율도 불안정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킥스비율은 보험금 만기 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돈을 얼마나 가졌는지를 나타내는데 수치가 낮을수록 돌려줄 돈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참고로 금융당국 권고하는 킥스비율 기준은 150%다.

경과조치 전 기준, 삼성생명은 지난해 2분기 201.5%에서 지난해 3분기 193.5%로 8%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한라이프는 235.5%에서 231.0%로 4.5%포인트, KB라이프는 299.2%에서 272.3%로 26.9%포인트, 미래에셋생명은 198.0%에서 193.8%로 4.2%포인트, 동양생명은 166.2%에서 160.3%로 5.9%포인트 떨어졌다. 반대로 한화생명은 162.8%에서 164.1%로 1.3%포인트, 교보생명은 161.2%에서 170.1%로 8.9%포인트 올랐다.

경과조치 전 기준, 삼성화재는 작년 2분기 278.9%에서 작년 3분기 280.6%로 1.7%포인트 올랐다. 이때 메리츠화재는 224.8%에서 257.0%로 32.2%포인트, 현대해상은 169.7%에서 170.1%로 0.4%포인트, KB손보는 202.7%에서 203.7%로 1%포인트, 한화손보는 171.7%에서 178.2%로 6.5%포인트 올랐다. 반면 DB손보는 229.2%에서 228.8%로 0.4%포인트, 롯데손보는 139.1%에서 128.7%로 10.4%포인트 떨어졌다.

◇ 세계 경제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한은, 기준금리 향한 고민 ↑

올해 세계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의 환경은 물가 안정을 바탕으로 한 통화정책 전환 영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의 물가 상승률이 안정 목표 수준인 2%에 근접함에 따라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선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등장은 통화정책 전환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임과 동시에 금융시장 변동성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이민·감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미국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달러화 강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고금리 기조 완화로 내수가 완만히 개선되는 가운데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작년에 비해 다소 하락한 2%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정부가 내다본 올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8.1% 대비 6.6%포인트가량 줄어든 1.5%를 기록했다. 관세청은 이번 달 1~20일 수출액이 316억달러(약 45조원·통관 기준 잠정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줄었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1일,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직전에 발표한 1.9%에서 1.6~1.7%까지 하향 조정했다. 연초에 작년 4분기 성장률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해서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한은은 수정된 전망치를 다음 달 말에 공식 발표할 예정인데 이와 관련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시기를 비롯해 정부의 추가 경기 부양책, 트럼프 정부 정책 등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지금 경기 상황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출은 물론 내수 부진에 더해 경기 둔화 우려, 원화 가치 하락 등을 방어할 카드가 마땅치 않은 한은 입장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한국과 미국 간 금리차가 커져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원화 약세가 한층 더 두드러질 수 있다.

이에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보험사들은 경영효율화, 금리 위험관리 및 유동성 모니터링 강화, 환 헤지 비용 관리 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보험산업 성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경영효율화가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금리 하락도 전망됨에 따라 금리위험 관리를 강화하고 경기 둔화 및 침체는 보험수요 감소와 함께 해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유동성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강달러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경우 환 헤지 파생상품의 만기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롤오버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거시금융 여건을 고려해 환 헤지 기간과 수단 등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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