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필두로 한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전기차 할인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과 내수 부진으로 인한 판매 절벽에 더해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 BYD의 한국 진출로 위기감이 커진 탓이다. 국산·수입차 업체들은 정부가 시행 중인 할인 비례 보조금 정책에 발맞춰 전략을 펼치며 판매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5일부터 자사 전기차의 가격을 최대 500만원 내려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아이오닉6 300만원, 코나 일렉트릭 400만원, 포터II 일렉트릭·ST1 500만원, 아이오닉5 N·캐스퍼 일렉트릭 100만원의 할인을 지원한다. 제네시스 GV60은 300만원, G80 전동화 모델은 5%의 할인 혜택이 있다. 기아는 니로 EV 200만원, EV6 150만원, EV9 250만원, 봉고 EV 350만원의 제조사 할인 혜택을 주고, 지난해 생산분에는 추가 할인을 적용한다.
현대차·기아의 전기 승용차는 기본 차량 가격 할인에 월별 재고 할인과 국고·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더하면 실구매가가 원가격보다 최대 1000만원 낮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실구매가는 3000만~4000만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 상용차는 할인 폭이 더 크다. 봉고 EV는 약 1900만원 저렴해져 2000만원대 중반의 가격에 구매가 가능해진다. 환경부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제조사 할인 비례 보조금’은 제조사의 차량 가격 할인 규모에 비례해 추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KG모빌리티는 아예 자체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한다. 토레스 EVX에 75만원을 지원해 실구매가를 최저 3900만원대로 맞췄다. 토레스 EVX와 코란도 EV의 택시 전용 모델에는 각각 150만원과 1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토레스 EVX에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장착돼 올해 국고 보조금이 지난해보다 100만원 넘게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수입차 업체들도 전기차 할인 행렬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 4일부터 지프 어벤저와 푸조 e-2008 구매 시 각각 국고 보조금 예상치인 212만원과 209만원을 지원 중이다. 고객 거주 지역에 따른 지자체 보조금 예상치도 함께 지급한다. BMW코리아는 iX 등 전기차를 원가격보다 15%가량 낮은 가격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EQE를 7% 할인해 판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캐즘과 내수 부진으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할인 경쟁은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2378대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전월인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69.6%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통계를 보면 수입 전기차는 지난달 635대 판매에 그치며 전년 동월 대비 22.7% 줄었다. 전월(2666대) 대비 감소율은 72.6%에 달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당해연도 전기차 국고·지자체 보조금이 2월 말에 확정돼 1~2월은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전기차 판매 절벽이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는 환경부가 일정을 앞당겨 지난달 국고 보조금을 확정했지만,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국산·수입차 업체들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중국 BYD가 지난달 한국 승용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BYD 아토3.<사진제공=BYD코리아>
BYD코리아가 지난달 16일 BYD 승용차 브랜드 출범과 함께 사전 계약을 시작한 소형 전기 SUV ‘아토3’는 현재 계약 대수가 1000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일본에서 BYD 전체 판매량이 2000여대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한국 시장에서 예상보다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가 아토3의 경쟁 모델인 코나 일렉트릭의 실구매가를 아토3와 비슷한 3000만원 초반대로 낮춘 것도 이러한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보급 확대에 기여하고, 고객의 전기차 구매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며 “구매 혜택을 강화하고, 고객들이 전기차를 편리하게 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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