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후판 물량 역대 최대치…철강업계 “믿을 건 반덤핑 관세 부과”

韓에 수입된 中후판 물량 2022년 79만톤→지난해 137만톤
정부, 오는 20일 중국산 후판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 논의  
반덤핑 관세 부과 시 국내 후판 업황에 긍정적 영향 미칠 듯

지난해 한국으로 수입된 중국산 후판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경기 부진 속 값싼 중국산 후판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철강업계는 반덤핑 제소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19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후판 수요는 2022년 821만톤에서 2023년 839만톤으로 증가했으나 지난해 780만톤으로 줄었다.

반면 중국산 후판 수입 물량은 2022년 79만톤에서 2023년 130만톤으로 두 배 가량 늘었고, 지난해에도 137톤(스테인리스 후판 제외)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후판은 배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두께 6mm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철강사는 조선사와 후판 가격을 놓고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연 2회 협상을 진행한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의 수입이 늘면서 최근 양측의 협상은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후판가 협상이 해를 넘겨 한 달이 넘도록 타결되지 않고 있다.

중국산 후판 가격이 낮다보니 국내 조선사들은 국산 후반과 함께 중국산을 병행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산 후판 가격은 톤당 90만원 선이지만, 중국산은 60만원으로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산의 비중을 20%에서 25% 이상 늘려가고 있다”며 “앞으로 원가 절감에 반영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에서 생산하는 열연 제품. <사진제공=현대제철>

이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4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3%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3144억원으로 1년 전보다 60% 넘게 줄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철강사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관세로 미국 수출길이 좁아진 중국산 물량이 국내 시장으로 쏟아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철강사들은 정부의 반덤핑 제소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오는 20일 회의를 열고 현대제철이 지난해 7월 제소한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치와 관련한 논의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후판 시장 수요는 연간 약 800만톤 안팎으로 추정된다. 톤당 100만원 수준의 후판 가격을 고려하면 국내 후판 시장 규모는 연 8조원에 달한다. 무역위가 중국산 후판에 대해 덤핑 예비판정을 내릴 경우, 후판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지난달 중국산 스테인리스스틸 후판에 21.62%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 만큼 이번 후판에 대한 관세도 부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 유입이 증가하면서 생산량이 줄어들고, 그 영향으로 설비 가동도 축소된 상태다. 거시적으로 봤을 때 조선이나 자동차 등 후방 산업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 “후판 건은 이달 말 예비판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산 열연 강판에 대한 조사 개시 여부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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