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울산공장 전경. <사진=SK케미칼>
SK케미칼이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재활용 원료인 ‘r-BHET’를 생산하는 파일럿 설비 투자에 나선다.
국내에 재활용 원료 생산 및 실증 연구 등을 통합한 플라스틱 종합 재활용 솔루션 센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SK케미칼은 지난해 실적 개선에 기여한 코폴리에스터 상업생산 설비와 연계해 재활용 원료부터 소재까지 이어지는 논스톱 연구·생산 체계를 갖춰 나갈 계획이다.
SK케미칼은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울산공장 부지 내 해중합 기술 기반의 리사이클 복합(Complex) 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신규 투자를 단행한다고 18일 발표했다.
이번 해중합 파일럿 설비에는 폐플라스틱을 사용해 재활용 원료인 r-BHET를 생산하게 된다. r-BHET는 페트, 코폴리에스터 등 폴리에스터 계열 소재의 중간 원료이자, SK케미칼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핵심으로 불린다. 해당 설비는 연간 50톤을 생산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SK케미칼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화학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분자 단위로 분해하는 해중합 기술이 적용된다. 이를 활용하면 석유 기반으로 만든 제품과 거의 동일한 물성, 품질을 구현할 수 있다.
SK케미칼은 늘어나는 폐플라스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정KPMG의 ‘다시 불어올 폐기물 열풍,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은 2010년 3억4890만톤에서 10년 만에 4억4953만톤으로 28.8% 증가했고 2060년에는 12억3060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플라스틱 사용량에 따라 폐플라스틱 발생량도 함께 늘었는데, 2060년에는 10억1410만톤의 폐플라스틱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에 이어 국내 재활용 원료 ‘r-BHET’ 생산 설비 확보
SK케미칼은 이번 투자로 중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r-BHET를 생산하게 된다.
현재 SK케미칼의 모든 r-BHET는 중국 SK산토우에서 생산 중이다. 지난 2021년 그린 소재 전문업체인 쇼우에 대한 지분 투자 및 재활용 원료 소싱 계약을 체결한 이후 2023년 재활용 설비 및 기술 등 자산 일체를 1300억원에 인수했다.
해당 인수를 통해 SK케미칼은 r-BHET 생산능력 7만톤과 r-BHET를 사용한 페트 ‘r-PET' 5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확보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r-BHET를 생산했다면 이번 투자로 국내에서 원료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SK케미칼은 울산공장에 지어질 해중합 설비는 SK산토우에서 처리하지 못했던 다양한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일반적인 투명 보틀 형태의 폐플라스틱을 넘어 기존 재활용 공법으로 사용하기 어려웠던 섬유, 필름,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형태의 저품질 폐플라스틱의 상업화 기술을 검증해 나갈 방침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자동차, 가전, 패션 등 산업별로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의 형태와 종류도, 필요로 하는 플라스틱의 품질과 물성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산업별로 필요한 해중합·소재 생산 프로세스를 빠르게 검증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과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SK케미칼의 에코트리아 클라로(ECOTRIA CLARO)가 적용된 콤팩트 케이스. <사진=SK케미칼>
◇국내 여러 산업군과 협력…클로즈드 루프 구축 가속화
SK케미칼은 이번에 투자하기로 한 해중합 설비를 울산공장 코폴리에스터 상업생산 설비와 연결해 ‘리사이클 이노베이션 센터(RIC)’ 구축한다.
RIC는 해중합, 실증 연구, 중합, 양산까지의 전 공정이 한 곳에서 유기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우선 해중합 설비를 구축해 r-BHET 생산과 r-BHET를 사용한 재활용 코폴리에스터 ‘CR-Copolyester' 생산을 추진하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RIC를 거점으로 폐플라스틱 자원순환 인프라와 안정적인 폐자원 공급망을 확보하고 각 산업에 최적화된 해중합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 대규모 양산 시설 구축을 위한 기반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SK케미칼은 현대차·기아, 오뚜기, 효성첨단소재, 한국타이어 등 다양한 산업군과 협력을 추진 중이다.
안재현 SK케미칼 사장은 “재활용 원료부터 리사이클 플라스틱까지 이어지는 일원화된 연구·생산 체계 구축은 순환 재활용이라는 플라스틱 생태계의 혁신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다”며 “식·음료, 자동차, 전기전자, 패션 등 각 산업군 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각 산업군의 완결적 자원 순환 체계를 그려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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