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모펀드 매각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김동일 기자>
카카오모빌리티 2대 주주인 사모펀드 TPG 컨소시엄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이 국내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에게 지분 매각을 검토하면서 노사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카카오 노조가 즉각 “VIG파트너스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 과반 취득을 노리고 있다”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고, 카카오모빌리티 경영진은 “경영권 매각은 논의 대상 아니다”면서 선을 긋고 나섰다
17일 카카오 노조는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펀드(PEF)의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인수를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며 강경 투쟁을 선언했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요 재무적투자자(FI)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인 VIG파트너스가 TPG컨소시엄(29.04%), 칼라일(6.18%) 등이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약 40% 이상을 인수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VIG파트너스가 추후 카카오 보유분 일부를 더해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며 경영권을 가져가길 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분 인수 계약 시 ‘3년내 상장을 하지 못하거나, 상장을 하더라도 예상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면 경영권을 가져온다’는 조건을 달았다는 것이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가운데)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모펀드 매각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김동일 기자>
이날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최근 홈플러스 법인회생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MBK와 같은 사모펀드는 투자이익 외에 사회적 책임이나 노동환경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 “사모펀드는 대부분의 자금을 투자자 또는 금융시장에서 조달하고 있기에 결국 그 부담은 노동자들과 이용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고, 단기 이윤 추구를 위한 약탈적 경영은 우리 노동자와 지역 사회 및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대 카카오 노조 사무장은 “카카오모빌리티는 4000만 국민의 이동데이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플랫폼인 동시에 택시, 대리, 퀵서비스 등 다양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일터”라며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가지게 된다면 사용자들은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게 될 것이고 플랫폼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T 택시. <출처=연합뉴스>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자 카카오모빌리티 경영진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유영중 카카오모빌리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사내 공지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의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라며 “카카오 차원의 경영권 매각 의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재무적 투자자(FI) 교체 방안이 검토된 적은 있으나, 구체적 거래 조건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의 이러한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 당장 매각 의지가 없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변하면 언제든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서승욱 지회장은 “지금 당장 매각 계획이나 의지가 없다는 말은 믿을 수 없다. 포털 ‘다음’만 해도 CIC(사내독립법인)로 만들 때 분사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결국 분사를 추진하고 있지 않나”라면서 “전략적 투자를 통해 본사 지분을 높여 구성원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VIG파트너스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대규모 자금 지원 창구로 거론되면서, 향후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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