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이하 후보)가 금융투자협회장 및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저(低)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 퇴출과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 간담회에 앞서 이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을 발표하고 상법 개정 재추진, 주가 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을 공약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단 한 번이라도 주가조작 등에 가담 시 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사안과 관련 상법 개정과 집중투표제 활성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공정한 합병 평가, 일반 주주 보호 강화 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쪼개기 상장’ 예방을 위해 모회사의 일반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하고 상장회사의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이익으로 돌리겠다는 방안도 공약했다.
이 후보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투협회에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및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만나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진행했다.
◇ 자본시장 구조 개선·코스피 5000 목표…PBR 미달 기업은 상폐
이 후보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코스피 5000포인트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자본시장이 부동산 중심,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상태임을 지적하며, 비정상적 요소만 제거해도 3000포인트는 무난히 넘을 수 있고, 추가 조치로 5000포인트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의 자산 시장은 부동산 중심으로 돼 있다”며 “우량주 장기투자조차 현실적으로 어려워 ‘국장(국내 증시)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황당한 유머까지 생길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 주가 지수가 한 2500에서 왔다갔다하는데 4000, 5000포인트를 넘어갈 수 있다면 대한민국 전체 자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의 증시 시가총액은 세계 15위인데 경제적 수준(명목 GDP 기준 세계 12위)에 비해 떨어져 있다. 그런데 (상장) 종목 수는 세계 5위”라며 “실제로는 거의 가치가 없는 종목들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PBR이 0.1~2인 회사들이 있는데 빨리 청산(상폐)해야 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상장 후 영업이익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지 못하면 해당기업을 상장 폐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서 회장은 “PBR이 1 이하인 기업들은 자산가치는 높은데 규모가 작다든가 전통적 기업, 제조업 기반 기업인 경우가 많다. 평균 PBR을 현재(0.8 이하)의 두 배 수준인 1.6으로만 만들어도 코스피 5000포인트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 상법 개정 재추진…“배당소득세 인하, 배당확대로 반드시 이어지지 않아”
상법 개정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목소리를 높여 그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고, 이사의 공정의무 부과, 합병·분할 시 소액주주 권한 강화 방안 등을 골자로 한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 17일 국회 재표결 결과 부결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상법 개정이 대주주 횡포와 비정상적 경영을 줄이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후보는 상법 개정 반대 목소리를 지적했다. 그는 “이기적인 소수들의 저항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상법이 개정되면 대주주의 횡포와 비정상적 경영 등 (주식시장의) 예측 불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상법개정을 기업지배구조와 연관해 배당소득세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다. 서 회장은 “우리 시장은 미국‧일본‧유럽과 다른 게 오너이자 경영자가 있는 기업이 거의 90%에 달한다”며 “이들은 배당의사 결정을 하고 싶어도 본인들이 받는 배당금에 대해 종합과세를 통해서 약 49.5%의 세금을 내게 되는 만큼 배당소득세 문제를 검토(인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과거 배당소득세 인하에도 유의미한 배당 증가 효과가 일어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검토해 볼 것이라고 답변했다.
◇ 각 리서치센터장 제언…부동산·코인 등 많은 자본 대체 시장 쪽 몰려, AI시장 육성 필요
이 후보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간담회에서는 한국 증시 부진의 원인, 자본시장 선진화, 투자자 보호, 코스피 목표 등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와 관련된 다양한 정책적 논의와 업계 의견 청취가 이뤄졌다. 이 후보는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이를 향후 정책과 공약에 반영할 뜻을 내비쳤다
이날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는 ‘파이프(Pipe)’인데 주가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수압’이 중요하다”고 비유하며 “돈이 힘이 있어야 되는데 해외로 빠져나가거나 부동산, 코인 등 많은 대체 시장쪽으로 빠져나가면서 파이프의 수압이 기본적으로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청년층 주식투자 장려 사례, 우리나라의 낮은 주주환원율을 언급하며 “제일 중요한 건 파이프의 각도를 높여야 코스피 4000, 5000으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소부장 생태계 구성이 잘 돼 있기 때문에 절대강자가 없는 AI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하드웨어 투자를 정부가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면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AI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의 사외이사 임명 조건으로 동일업종 출신 사외이사 임명이 제한된 점, 임기가 최장 6년까지인 점을 지적하며 “우리나라의 사외이사는 교수가 49%, 관료가 17%로 이들이 모두 ‘거수기’로 전락한 반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외이사의 80%가 업계 CEO 출신”이라고 발언, 관련법 개정을 요청했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시가 틀린 경우에 대해 이사회의 책임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기업들이 미래 전략에 대해 공시를 구체화할 수 있는 여러 제도를 마련해 시장에서 공시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