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미국발 무역전쟁 위기 대두 등 여러 글로벌 악재가 이어지면서 국내외 증시가 침체됐음에도 주요 증권사의 위탁매매 관련 수익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그 원인의 하나로 지난 3월 초 출범한 대체거래소(ATS) 효과를 지목하고 있다.
9일 현재까지 올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각 금융지주와 증권사 공시에 따르면, 1분기 키움증권의 위탁매매 수수료수익은 18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725억원) 대비 6.9%늘어난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올 1분기 위탁매매 수수료수익 1987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1804억원) 대비 10.1% 늘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올 1분기 해외주식 수수료수익으로만 1012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수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해외주식 수수료 이벤트 종료에 따른 해외주식 평균수수료율이 증가했다”며 “국내 일평균거래대금도 증가해 국내주식 수수료수익도 전 분기 대비 늘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1175억원의 위탁매매 수익을 내면서 전년 동기(1192억원)보다는 소폭(1.4%) 감소했다. 하지만 전 분기(1129억원)보다는 오히려 늘었다.
올 1분기는 대내외적 이슈로 주식시장의 투심이 대체로 위축된 시기였음에도 불구, 주요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부문 수익에는 큰 타격이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2일 2398.94포인트를 기록한 코스피 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며, 약 석 달 뒤인 3월 31일 2481.12포인트로 횡보세를 보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올 초부터 우방국에 대한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관세 폭탄’을 줄줄이 터트리며 세계 증시가 요동쳤다. 지난 2월 3일에는 관세 충격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주요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며 코스피 지수도 2500선을 내줄 정도로 타격을 크게 받았다. 국내적으로도 지난 4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전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우호적이지 않은 시장 분위기에서도 증권사들이 긍정적인 브로커리지 수익을 낸 요인 중 하나로, 지난 3월 출범한 ATS ‘넥스트레이드’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4일 출범한 넥스트레이드는 그간 한국거래소(KRX)가 독점하고 있던 주식매매 시장의 유일한 대항마로 등장했다. 넥스트레이드는 기존 KRX에서 거래할 수 있는 메인 시장에 더해 프리(Pre)마켓(오전 8시~8시50분)과 애프터(After)마켓(오후 3시30분~8시)을 추가로 운영한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주식 거래 가능 시간이 늘어나고, 출범을 기념해 지난 3~4월 두 달간 거래수수료도 일시적으로 면제됐던 만큼 비용적 이득도 볼 수 있었다. 거래 수수료를 다시 받기 시작하는 이번달부터는 KRX 대비 20~40% 낮은 수수료를 받는다는 방침이다.
이에 증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유입이 늘어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출범 초기 1%에 불과했으나 3월 말 16%까지 늘어난 이후 4월부터는 20%를 넘겼다. 아직 일부 종목만 거래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성장세다.
KB증권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프리마켓에서의 KB증권 개인 국내 주식 거래대금은 3월 기준 전월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4월 1일부터 10일까지는 지난 2월 전체 거래대금 대비 30배 이상 늘어나며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거래 종목이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빠른 증가 속도”라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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