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정국 끝에 맞은 ‘6.3 대통령 선거’는 한국 경제의 추락을 막고 재도약을 이끌 지도자를 선출한다는 의미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 -0.2%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상황에서 내수 경기를 되살리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지, 유력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과 주요 발언을 통해 점검해 본다.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10여 일 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당면한 경제 위기를 타개할 묘안이 담긴 유력 대선 후보들의 첨단 산업 정책 공약에 지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우리나라를 ‘AI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신속 조성하는 등 K-반도체 경쟁력을 적극 제고하겠다며 표심을 공략하고 나섰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AI를 포함한 첨단 산업 육성에 매진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직접 투자와 같은 구체적인 정책 공약은 내놓지 않았다. 대신 AI,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 연구 환경을 개선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재명 “‘AI 3대 강국 도약’, ‘AI 투자 100조 시대’ 열 것”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이준석 후보 등 유력 대선 후보 모두가 미래 한국을 먹여 살릴 신성장동력으로 AI를 낙점했다. 글로벌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AI 없이는 우리나라의 내일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AI 선도 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데 각 후보 간에 이견은 없지만, AI 강국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접근 방법은 제각기 달랐다.
이재명 후보는 국가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AI 산업 육성은 이 후보의 10대 정책 공약 중에서도 ‘1호 공약’이다. 이 후보는 제조업 기반 수출 강국에서 IT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첨단 과학 기술로 세계의 미래를 설계하고 글로벌 질서와 문명을 이끌기 위해선 AI 3대 강국 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이 후보는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정부가 민간 투자의 마중물이 돼 AI 관련 예산을 선진국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증액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를 조성해 글로벌 AI 허브 기반을 다지고, AI 반도체인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최소 5만개 이상 확보하겠다고 제시했다.
AI 기반 사회를 서둘러 구축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 후보는 국민 모두가 선진국 수준의 AI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한국형 챗-GPT’를 전 국민이 사용하게 된다면 AI에 따른 생산성 향상 효과가 기대되고, 이는 노동 시간을 줄여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한 AI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AI를 통한 다른 산업과의 융합이 생산성을 혁신하고, 신산업 창출로도 이어져 국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 후보는 국가가 나서 AI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AI를 위한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프로그램을 도입해 전문 인력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별 거점 대학에 AI 단과대학을 설립헤 석·박사급 전문 인재를 중점 키워낸다는 구상이다.
AI 규제도 손본다. 이 후보는 AI 산업 생태계 조성 관련 법률을 정비하고, 특허법, 출입국관리법 등 규제 특례가 적용될 AI 특구도 과감하게 확대키로 했다. 이 후보는 “우리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제대로 투자받기도 전에 불합리한 AI 규제로 위축된 바는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국내 AI 업체들이 불필요한 규제에 시달리지 않고 온전히 기술 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AI 관련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전했다.
한국 경제 성장을 주도해 온 K-반도체 지원에도 힘을 쏟는다. 이 후보는 여야 협의를 통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반도체 특별법’을 서둘러 제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해당 법안에는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조항은 빠졌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도 넓히기로 했다.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반도체에 최대 10%의 생산 세액 공제를 적용하고, 반도체 업체의 국내 유턴을 지원해 공급망 생태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를 완공해 K-반도체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을 지원하고, 국비 조기 집행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서둘러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스마트 그린 반도체 산업단지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반도체 전 분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연구개발(R&D) 지원 및 반도체 대학원 등 고급 인력 양성 인프라도 조기에 구축키로 했다.
◇김문수 “AI 규제 개선 통해 민간 중심 AI 성장…‘K-Open AI 프로젝트’도 추진”
김문수 후보 역시 AI 3대 강국 진입을 첨단 산업 정책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후보는 “AI 전 주기에 걸친 집중 투자와 생태계 조성으로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후보는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는 100조원 규모의 민·관 합동 펀드를 꾸려 AI 핵심 기술 인프라를 적극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김 후보는 국가가 주도권을 쥐고 AI 산업 발전을 끌고 나가는 이재명 후보와 달리 AI 규제 개선 등을 기반으로 하는 민간 중심 성장에 역점을 뒀다.
이와 관련, 김 후보 캠프의 양향자 공동선대위원장 겸 반도체·AI 첨단산업본부장은 이 후보의 ‘AI 투자 100조원 시대’ 공약에 대해 “성장에 방점을 찍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구호뿐이다”며 “반기업 정서가 강한 민주당에서 연간 4조원 규모의 AI 예산을 100조원으로 늘려 기업에 투자할지 의문이다”고 꼬집은 바 있다.
특히 김 후보는 민간 주도 AI 역량 강화를 위해 지역별 AI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분야별 규제를 면제·유예키로 했다. 또한 30일 이내의 ‘AI 혁신 허가제’ 도입으로 우리 기업의 AI 개발을 뒷받침하고. AI 유니콘 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이외에도 3년 안에 국산 LLM(거대 언어 모델)을 개발하는 ‘K-Open AI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네이버·카카오·삼성·LG 등과 민·관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된 모델을 공공 AI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허브를 통해 개방하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AI 생태계를 마련한다는 게 김 후보의 청사진이다.
이와 함께 AI 산업 발전을 이끌 AI 반도체 국산화도 추진한다. 김 후보는 뉴로모픽 칩, NPU(신경망처리장치), GPU 등 차세대 원천 기술 개발에 앞장설 계획이다.
아울러 AI 청년 인재 20만명을 양성해 AI 3대 강국 진입에 속도를 올리기로 했다. K-반도체 육성 전략도 마련했다. 김 후보는 ‘K-반도체 3대 초격차’ 전략을 통해 팹리스(반도체 설계), 파운드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부문에 집중 투자하고, 대통령 직속 ‘K-반도체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예산 배분·인력 양성 등을 주도할 예정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조기 완공 시점도 2028년으로 앞당긴다. 또한 반도체 중소·중견기업 기술 사다리 프로젝트, AI·반도체 산업 맞춤형 에너지 정책도 내놨다.
반도체 기술 주권 및 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반도체 안보 동맹도 서둘러 구축키로 했다.
◇이준석 “AI 직접 투자 대신 과학 기술 연구 환경 개선 우선돼야”
이준석 후보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우리나라가 AI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첨단 산업 기술을 육성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민주당·국힘 양당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 직접적인 AI 투자 대신 과학 기술 연구 환경 개선이 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조원이라는 숫자 경쟁보다 실효성 있는 AI 생태계 조성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우수 과학 기술인을 국가 차원에서 예우해 연구자 자부심 회복 및 인재 유출을 방지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짚었다. 이에 이 후보는 과학 기술 연구자 연금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달성한 연구자에게 포상금과 함께 매월 연금을 지급하고, 국가연구자연금 기준심의위원회를 통해 분야별 기준을 심사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출입국시 연구자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도 약속했다. 일정 기준이 충족되는 연구자의 경우 출입국 심사 시 외교관 수준의 패스트트랙 혜택을 제공해 연구자의 국제 활동 지원 및 과학 기술인에 대한 대우를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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