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과거 업계 반발 등으로 무산됐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해소와 입점업체 보호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이전 정부보다 강력한 규제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 다. 그러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온플법을 ‘비관세 장벽’으로 꼽고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간 통상 마찰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플랫폼 업체들도 역차별 가능성이 크다며 반발하는 분위기 여서,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 이재명 정부, ‘온플법’ 제정 공식화…“플랫폼 독과점 폐해 막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대선 공약집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규율 법제를 구축하겠다며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을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공약에는 플랫폼 입점 업체를 보호하고 상생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외 거대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남용과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막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거대 플랫폼 기업의 이용자 보호 수준 제고 △거대 플랫폼의 사회·경제적 책임 강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보완 입법 △온라인상 눈속임 상술(다크패턴) 방지 등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담겼다.
<그래픽=CEO스코어데일리>
◆ 핵심 쟁점은 ‘사전 지정’ 여부…네이버·카카오·구글 등 정조준
이재명 정부에서 새롭게 추진될 온플법의 가장 큰 쟁점은 ‘사전 지정제’의 도입 여부다. 이는 과거 민주당이 주장해 온 방식으로, 매출이나 이용자 수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소수의 거대 플랫폼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미리 지정해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제도다.
과거 발의된 법안들에 따르면 △연평균 매출 3조원 이상 △월평균 이용자 수 1000만명 이상 등의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국내 기업은 물론 구글, 애플, 메타 등 해외 빅테크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이들 기업에는 자사 상품·서비스 우대(자사우대), 서비스 묶어팔기(끼워팔기), 다른 플랫폼 이용 방해(멀티호밍 제한) 등의 행위가 금지된다.
이는 불공정 행위가 발생한 뒤 위법성을 따지는 ‘사후 규제’ 방식보다 훨씬 강력한 조치다. 지난 정부에서는 업계의 반발과 통상 마찰 우려 등을 고려해 신규 입법 대신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사후 규제로 방향을 튼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부과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참석자들에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내 플랫폼 “혁신 위축·역차별” 호소…미국과 통상 마찰 가능성도
업계에서는 새 정부의 사전 지정제 도입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위법 행위가 없었음에도 잠재적 위법 기업이라는 ‘낙인 효과’로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규제에 발이 묶여 혁신과 성장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에게는 규제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어, 국내 플랫폼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강력한 규제가 국내 기업의 성장 동력만 위축시키는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 기조와 맞물려, 한미 양국간 통상 마찰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발간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플랫폼 규제 법안이 미국 대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며 사실상 무역 장벽으로 간주했다. 구글, 애플 등이 소속된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역시 법안 추진 중단을 요구하며 이를 통상 문제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이처럼 국내외 기업들이 플랫폼 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면서, 이재명 정부가 규제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식에서 “창의적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며 규제 완화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특히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글로벌 빅테크 규제는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국내 기업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까 두렵다”면서 “이는 결국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만 약화 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통상 문제를 포함한 종합적인 영향 평가를 통해 정책 방향을 재검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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