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티빙-웨이브 합병 조건부 승인…토종 OTT 연합, ‘넷플 대항마’로 뜬다

공정위, 소비자 보호 조건부로 티빙-웨이브 합병 승인…넷플과 점유율 1%p 차이
콘텐츠 시너지·글로벌 확장 기대…티빙·웨이브 통합, 주주 협상 과제 남아
티빙 2대주주 KT 합병에 미온적… 웨이브, 지상파 3사 재계약 등도 변수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토종 OTT 플랫폼인 티빙과 웨이브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글로벌 OTT 공룡인 넷플릭스에 맞설 ‘K-OTT 연합’이 본격 출범할 전망이다.

10일 공정위는 CJ ENM과 SK스퀘어가 각각 지배하고 있는 OTT 플랫폼 티빙과 웨이브의 기업결합 신고를 심의한 결과, 소비자 요금 안정과 경쟁 제한 우려 해소를 위한 시정 조치를 조건으로 결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2023년 말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1년 반 가까이 지지부진하던 논의에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CJ ENM과 자회사 티빙 임직원이 웨이브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양사 간 실질적인 경영 통합도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두 플랫폼이 통합되더라도,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요금 인상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건이 붙는다. 공정위는 내년 12월 31일까지 양사가 기존 요금제와 유사한 가격과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는 신규 상품을 출시해야 하며, 해지 후 1개월 이내에는 동일 요금제로 다시 가입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하라고 명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OTT 간 수평결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격 인상 등의 부작용을 막는 동시에, 콘텐츠 수급과 제작 역량을 강화해 이용자 후생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이브(Wavve)가 오리지널 에능 공개에 이어 주요 인기 웹예능까지 확대 제공한다. <출처=웨이브>

양사간 합병이 현실화 되면, 그동안 넷플릭스가 주도해온 국내 OTT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큰 변화가 일 전망이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2024년 국내 OTT 시장 점유율(이용자 수 기준)은 넷플릭스가 33.9%로 1위, 티빙(21.1%)과 쿠팡플레이(20.1%), 웨이브(12.4%)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할 경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단순 합산 기준 1129만명, 점유율은 34%에 이른다. 넷플릭스(1450만명, 35%)와의 격차도 1%p 수준으로 좁혀진다. 

미디어 업계에서는 양사간 결합이 “국내 OTT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초대형 합병”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양사의 합병이 현실화될 경우,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웨이브는 지상파 콘텐츠 접근성에서, 티빙은 CJ ENM의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각각 강점을 가지고 있어, 통합 이후 콘텐츠 다양성과 이용자 충성도 확보 측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양사간 합병으로 운영 효율화와 마케팅, 콘텐츠 구매 협상력 강화 등도 기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최대 수천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웨이브가 추진해온 ‘웨이브 아메리카’의 글로벌 진출 경험을 바탕으로, K-OTT의 해외 확장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실제 합병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티빙의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가 양사간 합병이 주주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웨이브도 현재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와 지분 구조가 얽혀 있어 재계약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 승인이라는 큰 고비는 넘겼지만, 이제는 주주 간 협상이 과제가 됐다”며 “다만 콘텐츠 산업 육성을 강조하는 정치권 기조와 국내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요성을 감안할 때, 합병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