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경차마저 안 팔린다…‘年 7만대’ 선 무너지나

올 누적 3만809대…전년 대비 33.8% 줄어
신차 수요 둔화·대형차 선호 현상 등 영향 커
신차 부재도 원인 지목…소비자 선택 폭 좁아

현대차 ‘더 뉴 캐스퍼’.<사진제공=현대자동차>

경기 불황에 경차가 잘 팔린다는 기존 공식이 올해는 깨질 전망이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신차 구매 수요가 둔화한 데다 대형차 선호 현상과 신차 부재 등의 여파로 연간 판매 7만대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3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에서 신규 등록된 경차는 5626대로 전년 동월 대비 37.4% 급감했다. 차급별로 보면 경차 비중은 전체 신규 등록 대수(13만311대)의 4.3%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누적된 경차 신규 등록 대수도 3만809대로 지난해 5월(4만6517대)과 비교해 33.8% 줄었다. 이에 따라 올해 경차 내수 판매량은 7만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에는 경차 신규 등록 대수가 전년 대비 20% 감소한 9만9211대를 기록하며 10만대 선이 무너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경차 내수 판매량은 2012년 21만6221대로 고점을 찍은 이후 매년 감소해 2021년에는 절반 이상 쪼그라든 9만8781대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2021년 9월 현대차의 첫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캐스퍼 출시 이후 경차 시장이 살아났고, 이듬해인 2022년 경차 내수 판매량은 13만4294대까지 증가했다.

이에 더해 2023년 9월에는 기아의 레이 EV 출시 효과에 힘입어 경차 내수 판매량이 12만4080대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레이 EV는 35.2kWh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탑재로 200km가 넘는 1회 충전 주행거리에 더해 실용성과 가성비를 앞세워 큰 인기를 끌었다.

업계는 국내 소비자들이 SUV를 포함한 레저용차량(RV)을 선호하는 대형화·고급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경차가 외면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차 부재도 판매 급감의 이유로 지목된다. 한국GM이 2022년 9월 쉐보레 스파크를 단종한 이후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경차 모델은 기아 모닝·레이·레이 EV와 현대차 캐스퍼뿐이다. 캐스퍼의 전기차 버전인 캐스퍼 일렉트릭의 경우 크기가 커지며 소형차로 분류된 것도 경차 내수 판매량에 있어 마이너스 요인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경차보다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한 중대형 차종에 집중하는 전략도 이런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를 주도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또한 고수익 차종인 SUV와 하이브리드차, 제네시스 중심으로 판매 비중을 조정하며 불확실성 경영 환경에 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 불황에 따른 차량 수요 둔화에다 대형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경차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독보적 신차 모델이 출시되지 않는 한 이러한 추세는 돌이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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