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KCGI가 우여곡절 끝에 한양증권 인수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2023년 메리츠자산운용 인수에 이어 증권사까지 보유하게 된 KCGI는 종합금융사로의 기반을 더욱 탄탄히 다지게 됐다.
한양증권은 자기자본 1조원 미만이지만 양호한 수익성을 꾸준히 내며 ‘강소’ 증권사로 알려졌다. 특히 채권운용에 일가견이 있는 김병철 KCGI자산운용 대표가 차기 대표로 내정된 만큼, 기존 주력부문인 부동산 투자 외 추가적인 비즈니스의 길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한양증권의 대주주가 KCGI로 변경되는 안건이 의결됐다.
이에 따라 KCGI는 자산운용사(KCGI자산운용)에 이어 증권사까지 손에 넣게 됐다. 앞서 KCGI는 지난해 9월 한양증권 소유주인 한양학원 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지분 29.59%를 2203억원에 매수키로 한 바 있다.
KCGI는 지난 1월 금융위에 대주주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이 예상보다 지연됐다. 설상가상으로 강성부 KCGI 대표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까지 진행되며, 일각에서는 KCGI의 한양증권 인수가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인가가 늦어지며 당초 사임을 발표했던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도 거취를 번복하며 한양증권에 남기도 했다.
앞서 임 대표는 지난 5일 저서 <성공, 꿈꾸지 말고 훔쳐라>에 대한 북토크 현장에서 한양증권 매각에 대해 “마치 자식을 떠나 보내는 기분”이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인수가 최종적으로 결정됨에 따라 대표 역시 김병철 KCGI자산운용 대표 부회장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한양증권은 지난 3월 개최한 주주총회에서 김병철 부회장을 사내이사에 임명했다. 정태두 KCGI 부대표는 기타비상무이사, 강승수 DS투자파트너스 대표‧황록 법무법인클라스한결 고문을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한 바 있다. 이들의 임기는 KCGI의 한양증권 인수가 마무리된 즉시 개시될 예정이다.
김병철 KCGI자산운용 대표 부회장. <사진=KCGI자산운용>
1962년생인 김 부회장은 업계에서는 ‘채권운용 전문가’로 널리 알려졌다. 이미 신한금융투자 대표직을 역임한 바 있어 증권사 경영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1989년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에서 금융투자업에 입문한 그는 IB본부장, FICC본부장을 거쳐 2012년 신한금융투자로 적을 옮겼다. 이곳에서는 세일즈 앤 트레이딩(S&T)그룹, GMS그룹 부사장을 각각 거친 뒤 2019년 신한금융투자 대표직을 맡았다.
이후 2023년부터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직을 역임해 오다가 같은 해 8월 KCGI에 인수되면서 KCGI자산운용 대표로서 근무하고 있다.
KCGI운용 대표 취임 이후 그는 KCGI의 ‘행동주의펀드’ 성격을 운용사에 이식했다는 평을 받는다. 또 공모펀드 등 리테일 상품 개발을 통해 회사의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한양증권의 자기자본은 5210억원으로 업계 28위권의 ‘소형사’에 속한다. 그러나 부동산 PF 시장의 틈새 딜을 전략적으로 공략해 나름의 포트폴리오를 쌓아온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채권, 부동산 투자에 역량을 보유한 한양증권이 KCGI라는 새로운 대주주를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형 증권사와 운용사 대표 경험을 보유한 김 대표의 경영 노하우를 통해 리테일 등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한양증권 주총에서 “법적 테두리 안에서 (KCGI와 한양증권) 양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인수전에서 재무적 투자자(FI) 역할을 한 OK금융그룹은 한양증권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기로 하면서 한양증권이 OK금융에 매각될 가능성은 사라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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