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워치] 위기의 HD현대오일뱅크…송명준, 재무 건전성·신사업 발굴 ‘두마리 토끼’ 잡는다

HD현대오일뱅크, 1일로 창립 61주년 맞아
정제 마진 약세·업황 부진 등으로 실적 악화
지난해 당기순이익 -2997억원 ‘적자 전환’
그룹 3 윤활기유·친환경 에너지 등 투자↑
경영 불확실성 타개해 재무 건전성 제고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정제마진 하락, 정유 및 석유화학 업황 부진 장기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HD현대오일뱅크가 지난 1일로 창립 61주년을 맞았다. 한때 HD현대그룹의 알짜배기 계열사로 ‘캐시카우(수익 창출원)’ 역할을 해 왔던 HD현대오일뱅크가 수익성 악화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에,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정유·석화 업황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다가오는 60년 ‘글로벌 에너지 리더’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일 창립 61주년을 맞아 별도 행사 없이 조용하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1964년 국내 최초 민간 정유사로 출범한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0여 년을 쉼 없이 달리며 굴지의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에 우수한 에너지 경쟁력으로 일군 60년을 갈무리하고 새로운 1년을 달린 ‘60+1주년’으로서 올해 창립 기념일을 의미 있게 보낼 것이란 시각이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 정제 마진 약세, 업황 악화 등 겹악재로 실적이 크게 부진하자 HD현대오일뱅크는 창립 기념일을 조용하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HD현대오일뱅크의 실적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HD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2022년 2조7898억원 △2023년 6167억원 △지난해 2580억원 등으로 매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최근 3년 간 HD현대오일뱅크의 당기순이익도 △2022년 1조6327억원 △2023년 1556억원 △지난해 -2997억원 등이었다.

올해도 상황은 좋지 않다. 올 1분기 영업익은 3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52억원 대비 무려 89.8%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057억원에서 -48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과거 황금알을 낳던 정유 업황이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HD현대오일뱅크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HD현대쉘베이스오일 윤활기유 생산 공장. <사진=HD현대오일뱅크>

그룹의 캐시카우였던 HD현대오일뱅크가 추락하자, HD현대그룹은 지난해 11월 재무통 송 사장을 HD현대오일뱅크의 구원 투수로 선임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송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재무 건전성 정상화라는 중책을 짊어지게 됐다.

당장 송 사장은 차입금을 줄이고 부채비율을 개선하는 등 HD현대오일뱅크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올 4월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운전 자본을 축소하고 벌어들이는 모든 현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예정”이라며 “올 4월 신종자본증권 3000억원을 발행하는 등 부채비율도 적극 개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송 사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신사업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며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HD현대쉘베이스오일은 고성능·고부가 가치 윤활기유(그룹 3) 시장에 새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HD현대쉘베이스오일은 HD현대오일뱅크와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의 합작 법인이다.

HD현대쉘베이스오일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윤활기유 대산공장 증설에 나서기로 했다. 2027년부터 윤활기유(그룹 3)의 본격적인 상업 가동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윤활기유는 엔진 오일, 산업용 윤활유 등 다양한 윤활유 제품의 필수 소재다. 제조 공정과 품질 특성에 따라 그룹 1부터 그룹 3으로 분류된다. 이 중 그룹 3 윤활기유는 높은 점도 지수, 낮은 황 함량, 우수한 산화 안정성을 갖춘 친환경·고성능 제품으로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 시장분석기관 베리파이드마켓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91억달러(약 25조9817억원) 수준이던 그룹 3 윤활기유 시장 규모는 오는 2031년 302억달러(약 41조720억원)로, 58.1%나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 힘입어 HD현대쉘베이스오일은 그룹 3 윤활기유 시장을 빠르게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HD현대쉘베이스오일이 생산하는 윤활기유(그룹 3)는 고성능 차량, 전기차, 데이터센터 액침 냉각 시스템 등 빠르게 성장 중인 고성능 윤활유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HD현대쉘베이스오일 관계자는 “다양한 고객사의 품질 요구를 만족시켜 온 경험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제품군을 추가하게 됐다”며 “쉘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계획된 일정에 맞춰 상업화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HD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쉘베이스오일을 통해 윤활기유(그룹 3)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6월 23일 충청남도청에서 열린 HD현대오일뱅크, 충청남도, 서산시, 해양수산부 간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설비 신설을 위한 투자협약 체결식. <사진=충청남도>

친환경 에너지 사업도 강화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충남 서산 대산항 일원에 그린 수소와 암모니아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을 갖춘 친환경 에너지 복합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23일 충청남도, 서산시, 해양수산부(해수부)와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설비 신설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MOU 체결로 HD현대오일뱅크는 총 8000억원을 투자해 2032년까지 대산항 인근에 바이오 연료 관련 시설(1단계), 폐플라스틱 열분해 정제유 생산 시설(2단계), 청정 암모니아 활용 수소 생산 시설(3단계) 등 친환경 에너지 기반 시설을 순차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충청남도, 서산시, 해수부는 HD현대오일뱅크의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재정적 지원 등을 적극 뒷받침하기로 했다. 특히 해당 사업은 항만법에 따라 민간 투자 방식인 비관리청 항만 개발 사업으로 시행된다. 조성된 부지는 국가에 귀속하고, 사업 시행자가 무상으로 사용하면서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에 HD현대오일뱅크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 확장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올리면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렇듯 송 사장은 윤활기유(그룹 3),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육성해 당면한 정유·석화 업황의 위기를 타개하고, 재무 건전성을 빠르게 제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송 사장은 “HD현대오일뱅크는 친환경 사업을 통한 그린 성장, 안전과 사람 중심의 가치 창출, 그리고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내재화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 목표로 삼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는 글로벌 에너지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공언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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