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울산공장 생산라인의 특근을 줄이며 제네시스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미국 관세 여파에 따른 제네시스 차종의 재고 증가와 백오더(주문대기) 감소 때문이다. 미국 내 가격 동결 방침을 유지 중인 현대차로선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울산 2공장 1라인과 울산 5공장 1라인의 오는 19일 휴일 특근 계획을 취소했다.
이들 두 라인은 제네시스 차량 생산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울산 2공장 1라인은 GV60, GV70, GV80 등 제네시스의 SUV 차종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울산 5공장 1라인은 G70, G80, G90 등 제네시스의 세단 차종 생산을 담당한다.
현대차 울산공장 측은 이번 특근 계획 취소 사유로 제네시스 차종의 재고 지속 증가, 백오더 지속 감소, 미국 관세 정책 강화 영향으로 인한 판매 축소 우려 등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조도 조합원들에게 미국 자동차 관세 정책에 따른 제네시스 판매 감소와 재고 증가를 특근 취소 이유로 들었다.
문제는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 비중이 높다는 데 있다. 제네시스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22만9532대 중 미국 판매량은 7만5003대로 3분의 1 수준인 32.7%의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해외 판매량 9만8858대 대비 미국 판매량 비중은 75.9%에 달했다.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량 가운데 약 2만대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며, 나머지 5만대 이상을 울산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구조다.
제네시스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GV70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지난 4월 3일 미국의 수입산 자동차 관세 25% 부과 전 최대한 많은 물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보냈다. 그 결과 제네시스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한 3만7361대를 판매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이다.
다만 미국 내 재고 물량 소진이 빨라지며 관세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당분간 가격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 커지는 만큼 제네시스가 가격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관측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한국에 보낸 상호관세 서한과 관련해 품목별 관세 완화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제네시스로선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서한에서 오는 8월 1일까지 상호관세 유예를 연장한다고 밝혔다. 품목관세 대상인 자동차는 상호관세와 별개로 25% 관세를 계속 유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구상하는 미국 내 120만대 생산 체제 구축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라며 “일단은 미국 점유율을 지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가격 인상 카드를 최대한 늦게 꺼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올해 들어서만 네 차례 울산 1공장 12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고 아이오닉5와 코나EV의 국내 생산을 멈췄다. 실제 지난 2월 24~28일, 4월 24~30일, 5월 27~30일, 6월 25~27일 울산 1공장 12라인의 휴업을 단행했다. 내수 판매 부진과 전기차 주문량 감소 등으로 인해 생산 물량을 조절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조립할 차량 없이 빈 컨베이어벨트만 돌아가는 공피치를 감수하면서 생산라인을 가동해 왔지만, 더는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내수 진작을 위한 할인과 해외 물량 확보를 위한 무이자 금융 프로모션 등을 지속하고 있으나, 실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다. 휴업이 잦아지면서 울산 1공장 12라인 노조 조합원들은 물량 확보를 위한 신차 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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