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엘리베이터와 20년 넘게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쉰들러가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때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35%까지 보유하며 막강한 존재감을 과시했으나, 최근 6%대까지 축소하며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쉰들러가 사실상 조용한 퇴장 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은 올해 초 9.94%에서 현재 6.42%까지 축소됐다.
쉰들러는 스위스의 글로벌 승강기 업체로, 2006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4%를 취득하며 2대 주주로 깜짝 등장했다. 이후 꾸준히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사들여 2013년 말 지분율이 35%에 달하기도 했다.
불과 2023년까지만 해도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율을 두 자릿수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0일 사이 총 44만8023주를 장내 매각했다. 단기간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내면서 현재는 국민연금(9.27%)보다도 적은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쉰들러가 지분 매각을 서두른 이유는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1년 사이 두 배 가량 오른데 따른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지난해 7월 말 3만9100원대에 그쳤으나, 최근 8만 원대까지 오른 상태다. 쉰들러 측도 주식 매도 사유에 대해 “투자자금 회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 연지동 사옥. <사진제공=현대그룹>
업계에서는 쉰들러가 경영권 확보를 포기하고, 엑시트(투자금 회수) 하게 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분쟁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쉰들러가 과거처럼 의결권을 동원한 견제나 이사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서 내려오면서 주주로서 존재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는 지분율 19.26%를 보유 중인 현대홀딩스컴퍼니이며, 2대주주는 9.27%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경영권 안정화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가 추가로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우호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앞서 현대엘리베이터는 2023년 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고, 자사주 매입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가 자산 매각에 따른 유동성 개선 작업에 나선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사옥 매각과 관련해 볼트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 조건과 방식 등 세부 사항을 협의 중이다. 해당 건물은 대지면적 1만1100㎡, 연면적 약 5만2000㎡ 규모로, 거래 금액은 약 4000억원대로 추정된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아직 사옥 매각과 관련한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향후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 “우선 자산 효율화와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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