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전면전 시동…은행권 “위기 아닌 기회” 선제 대응

글로벌 규제 완화 흐름 속 국내 입법 논의 본격화
은행권, 새 통화질서 속 역할 재정립 나서나

가상자산과 법정통화의 경계를 잇는 ‘스테이블코인’ 시대를 앞두고 국내 시중은행들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국회도 스테이블코인의 민간발행을 허용하는 방향의 법안을 연달아 내놓는 등 제도화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상표권 선점, 기술검토 태스크포스(TF) 구성, 공동 협의체 참여 등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실무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가치를 연동시킨 디지털 자산으로, 현재 글로벌 결제 인프라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효율화, 금융 포용성 확대, 해외송금 비용 절감 등의 측면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이 최근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 법안을 통과시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제도권에 편입하기로 결정한 이후, 국내에서도 제도 개선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6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한 데 이어, 같은 당 안도걸 의원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도 관련 법안을 내놓았다.

이병관 한국금융연구원 부장대우는 지난달 20일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본격화 움직임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에 관련된 법적 리스크의 축소와 신뢰성 향상이 도모돼 개인의 이용 확대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와 대형은행들의 본격적인 참여가 기대된다”며 “이에 따라 미 달러화를 준비자산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량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제도화 움직임에 발맞춰 은행권도 발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내 14개 은행은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가 신설한 스테이블코인 분과에 참여해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은행권 스테이블코인 합작법인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자사 브랜드를 활용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선점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 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지만, 제도화 이후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고석헌 신한금융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법제화가 안 돼서 발행 주체나 사용 용도, 감독 방향 등은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면서도 “스테이블 코인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내부적으로는 이를 위기 요인이 아닌 기회 요인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스터디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태훈 카카오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법제화 전이라 변동성이 많아 명확한 전략을 설명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도 “디지털 자산 생태계와 관련된 발행, 유통, 중개, 보관, 결제 등 다양한 여건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으며 시장 변화에 맞춰 카카오 그룹과 협업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 내에서는 향후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가 구체화될 경우, 이를 기존 결제·송금 인프라와 통합하거나 유통 채널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또 가상자산 거래소와 협업하거나 자체 플랫폼에서 유통하는 모델도 거론된다.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될 경우 은행이 중앙은행과 민간을 잇는 ‘디지털 화폐 중개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통화정책 유효성 훼손, 코인런(대규모 인출) 위험, 자금세탁 우려 등 제도적 과제도 여전히 산적한 상황이다.

김명원 예금보험연구소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불안정(디페깅 위험)과 금융 불안정(런 위험) 요인을 제거하려면 두 위험 사이의 상충관계를 고려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며 “디페깅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이용자들이 발행자에게 직접 상환을 요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런 위험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지난 7일 기준 2687억달러(약 372조4719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3년 초 1376억달러 대비 95.3% 증가한 규모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