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에 국내 운용사도 관심 ↑…법제화만 기다리는 중

운용사들, 가상자산·블록체인에 관심…규제 막혀 본격 진출은 못 하고 있어
글로벌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순자산 200조…국내 ETF 시장규모와 엇비슷

정부가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운용사들도 가상자산 시장 진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아직까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허용되지 않아 진출에 한계가 있으나, 추후 관련 법제화가 이뤄질 경우 시장에 보다 빠르게 안착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풀이된다.

9일 미래에셋금융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25일 미국의 블록체인 플랫폼 ‘아발란체’ 개발사인 아바랩스와 펀드 토큰화 시스템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펀드를 저렴하게 빨리 거래할 수 있는 새 디지털 자산으로 변환하는 펀드 토큰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영환 미래에셋운용 혁신‧글로벌경영 부문 대표는 “아바랩스의 블록체인 기술과 당사의 상품·운용 전문성을 결합해 실물자산 토큰화를 가속화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투자 경험을 제공하며 세계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확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화자산운용도 최근 가상자산 현물 ETF 제도화에 대응해 디지털자산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대응에 나섰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디지털자산 전문 부서를 편재하고 리서치 보고서를 발행해 왔다”며 “그간 축적해 온 전문성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디지털자산 관련 솔루션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 법제화를 추진키로 한데다가, 기획재정부도 지난 8월 ‘새 정부 경제성장 전략’에 디지털자산 현물 ETF 제도화를 국정 과제로 명시했다. 이에 각 운용사들이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다른 현안에 밀려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상장 가상자산 ETF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운용사들도 해외 상장으로 우회적인 진출만을 한 상태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22년 홍콩 증시에 ‘삼성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ETF’를 상장한 바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미국 자회사 글로벌X를 통해 ‘글로벌X 블록체인 ETF’를 나스닥에 상장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KB자산운용이 지난 2021년 블록체인 관련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KB 글로벌 디지털체인경제 펀드’를 출시한 바 있다. 직접적인 가상자산 혹은 거래소를 투자 대상으로 하는 투자상품을 상장할 수 없어 우회적인 방향으로 기획한 상품이다.

KB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KB 글로벌 디지털체인경제 펀드’의 순자산은 62억4000만원, 3개월 수익률은 9.96%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해외에서는 가상자산 현물 ETF가 성공적으로 시장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달 기준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의 총 운용자산은 230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 증시 ETF 순자산총액인 244조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가상자산 업계와 운용업계에서는 국내 투자자금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가상자산 현물 ETF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 연내 가상자산 현물 ETF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ETF의 기초자산에 가상자산을 포함시키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여기에 세부 규정 도입과 가이드라인 발표, 실제 상품 개발 기간까지 감안하면 국내 증시에 가상자산 ETF가 상장하는 시기는 아무리 일러도 내년 상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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